국내 기업들 기술이전·투자 유치 기회 부상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먹는 위고비'를 승인하면서 주사제가 주도해 온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투여 편의성을 앞세운 경구용 비만약이 본격 등장하면서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경쟁 구도 역시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비만 치료 목적의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 '위고비 정제'(세마글루티드 25㎎)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GLP-1 비만약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 정제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에서 평균 16%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기존 주사형 위고비와 유사한 효능을 입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내년 1월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 허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경구 제형 도입이 비만약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사 투여에 대한 거부감, 보관과 투약의 불편함으로 치료를 망설이던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도비만 환자 중심의 주사 치료 시장과 초기 체중 관리·유지 단계의 경구 치료 시장으로 점차 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쟁사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저분자 경구 GLP-1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의 허가를 신청하며 추격에 나섰다. 임상 3상에서 두 자릿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저분자 화합물 특성상 생산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킹테라퓨틱스 등도 후속 경구용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 디앤디파마텍, 종근당, 셀트리온 등은 먹는 GLP-1 계열 또는 다중 작용 기전의 비만약을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특히 주사형 GLP-1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가 컸지만 먹는 제형은 플랫폼 기술과 초기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이전과 투자 유치의 기회가 될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 비만약 'ID110521156'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기술이전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단기간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면서 해외 제약사들과의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분자 물질은 생산 확장성과 원가 경쟁력이 높아 상업화 단계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펩타이드 전달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GLP-1·GIP 이중작용제 'MET-GGo'는 전임상에서 높은 체중감소율과 긴 반감기를 입증했다.
종근당의 저분자 경구 GLP-1 후보물질 'CKD-514'는 비임상 단계에서 우수한 생체이용률과 효능을 확인하며 글로벌 기술이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셀트리온도 경구 비만약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선도물질에 대한 전임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먹는 비만약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도 기술이전이나 공동 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사형 대비 진입 장벽이 낮고 생산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구형 비만약은 기존 주사 시장을 대체하기보다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먹는 위고비를 기점으로 비만 치료가 보다 일상적인 만성 관리 영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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