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4사 역대급 실적 기록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 국방비 증액 압박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K-방산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내부 잡음도 있었다.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수주잔고는 31조4106억원이다. LIG넥스원은 23조4300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6조2673억원, 현대로템은 29조6088억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6월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5%로 증액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최근 나토 의회 대표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을 연이어 방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동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방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방산업체의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은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에 K9 자주포를 공급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22년 이집트와 K9 자주포 패키지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격적인 경영 배경은 지난 3월 발표한 대규모 유상증자가 성공한 점이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생산기지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적기라고 강조했다. 국방비 증가와 맞물려 각국 방산 자국화 추세가 두드러진 점도 언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동유럽 천무 유도탄 합작법인(JV) 투자와 사우디 국가방위부 JV 투자, 미국 탄약 스마트팩토리 투자, 무인기 체계·엔진 시설 구축, 유럽 유도탄·탄약·지상장비 거점 투자 등에 6조27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대한항공과 HD현대중공업 등과 협력해 연이은 국내 수주전에서 성공을 거둔 해였다.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꾸려 1조7775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 KAI를 꺾었다. HD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장보고-Ⅰ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LIG넥스원 올해 3분기 수주잔고인 약 23조4000억원은 6년치 매출액에 해당한다.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1월 판교 R&D(연구개발) 센터와 6월 구미 CIWS-Ⅱ 조립동, 10월 대전 위성·레이저 조립동 등 주요 거점 설비 투자를 벌였다.
아울러 2029년까지 생산설비를 확충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적인 성장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LIG넥스원은 최근 경북 구미 하우스에 3470억원 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익현 대표이사를 바라보는 내외부 시선은 달갑지 않다. 지난해 4월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인수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 분배를 놓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는다. 신 대표는 업계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는데 직원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로템은 레일 설루션 부문과 함께 안정적인 방산 부문 성과로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8월 폴란드 군비청과 약 65억달러(약 9조원) 규모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페루 육군, 현지 국영 방산기업과 K2 전차 54대와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 지상장비를 공급하는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수주 금액은 최대 3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대한항공과 손잡고 재사용이 가능한 35톤급 메탄 기반 우주 발사체 엔진 개발에 나섰다. 메탄 엔진은 기존 케로신(등유) 대비 연소 효율이 높고 잔여물이 적다. 민간 중심 우주 시대에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 리스크도 적지 않게 부담하고 있다. 당장 담합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노동조합과 임금협상도 장기간 표류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도 윤석열 정부 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KAI는 올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1% 감소한 수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방산업체가 호실적을 거둔 것과 대비된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리더십 부재를 배경으로 꼽는다.
KAI는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공군참모차장 출신인 강구영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강 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으로, 2022년 9월 취임했다. 강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전임인 안현호 전 사장 사업 지우기를 벌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KAI는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에 밀렸다. 지난 4월에는 1조원 규모 블랙호크(UH-60) 성능개량 사업에서 대한항공에 밀리기도 했다. 전통적 방산 강자를 제치고 대한항공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사장 선임 절차가 해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KAI 자체적인 리더십 공백이 이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KAI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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