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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암중모색] 트럼프발 관세 철퇴에 사선 넘나든 자동차
25% 관세 충격에서 15% 인하까지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뉴시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뉴시스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올해 자동차산업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흐름 속에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까지 이어지며 업계 전반이 변곡점을 맞았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된 한 해였다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손실 규모는 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46조721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기아 역시 28조6861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관세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이익률은 각각 5%대까지 하락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은 미국의 관세 부과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국내 완성차 업계로서는 사실상 예상 밖의 충격이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차량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부담은 크게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 대신 관세 비용을 내부에서 흡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관세 부과 이후에도 판매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현대차의 1~11월 미국 판매는 89만66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고, 기아도 77만7152대로 7.5% 늘었다. 가격을 동결한 채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관세 문제를 둘러싼 대응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점도 올해 자동차산업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관세 부과 직후부터 정상외교 일정에 맞춰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미국 정부와 의회, 주 정부를 상대로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설명했다. 자동차 생산은 물론 부품·물류·철강과 미래 산업을 포함해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관세 완화의 명분을 쌓았다.

협상은 하반기 들어 진전을 보였다. 지난 7월 한미 간 관세 인하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고,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종 타결에 도달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고 인하된 관세율은 11월 1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됐다. 무관세였던 4월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일본과 EU와 동일한 관세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은 복원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관세 인하 효과는 비용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은 약 6조원에서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기아 역시 5조원에서 3조원 안팎으로 감소했다. 단순 합산하면 연간 4조원 이상을 절감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관세를 떠안아온 전략이 4분기 이후 실적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출은 전체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자동차 누적 수출액은 660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1월 한 달 수출액도 64억1000만달러로 역대 11월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통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 규모 자체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역별로는 온도 차가 뚜렷했다. 수출 최대 시장인 미국은 관세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2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넘게 감소했고, 이에 따라 북미 전체 수출 역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유럽연합(EU) 수출은 8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고, 아시아는 74억달러, 기타 유럽은 59억달러를 기록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아시아가 38.3%로 가장 높았고, 영국·튀르키예 등이 포함된 기타 유럽도 33.6% 증가했다.

전동화 흐름은 비교적 뚜렷했다. 올해 1~11월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20만7000대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연간 기준 종전 최대였던 2023년 판매량(15만8000대)을 이미 뛰어넘는 수치다.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체 내수 판매도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올해 전기차 시장의 한 장면이다. 중국 브랜드 BYD는 올해 1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판매를 시작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을 선보였다. 판매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던 시기와 달리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올해 자동차산업은 하나의 변수로 설명하기 어려운 해였다. 관세라는 외부 충격에 전동화 국면의 변화와 경쟁 환경 재편 등이 동시에 겹치며 업계 전반이 여러 시험대에 올랐다. 사선을 넘나든 2025년, 자동차산업은 암중모색 속에서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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