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하나, 둘, 셋!"
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솔초등학교 신체활동실. 담임교사 이훈욱 교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들이 일제히 몸을 움직인다. 줄넘기, 스쿼트, 플랭크, 런지, 한발 들기까지. 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이어지는 동작에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꺄르르"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이날 수업은 강동구가 비만예방관리 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비결로 꼽히는 '움직이는 교실, 건강한 학교' 프로그램의 현장이었다. 강동구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2025년 지역사회 영양·신체활동·비만예방 사업 합동 성과대회'에서 비만예방관리 부문 전국 1위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수상이다.
'움직이는 교실'은 강동구 보건소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 아동 비만 예방 프로그램이다. 정규 수업 중 별도의 교시를 편성해 한 교시당 40분간 신체활동과 건강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 보건소의 현장 지원 프로그램은 종료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교사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20년차 교사인 이훈욱 담임교사는 수업 중 약 3분 35초간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평소에는 교실에서 진행되지만, 이날은 신체활동실을 활용했다. 아이들은 이미 수개월간 프로그램을 경험한 만큼 동작 하나하나가 익숙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을 준비했고, 교사의 신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강솔초 4학년 오유나 학생은 "움직이는 교실을 하면서 학교에서 예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며 "친구들과 더 친해지면서 운동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가서도 배운 걸 써먹는다. 하루에 한 번 ‘버피 테스트’를 100회 정도 한다"며 "이 프로그램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체력이 많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고 웃었다.
이훈욱 담임교사는 "수업 태도나 집중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체육을 강조하는 수업 흐름 속에서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교구를 지원받으면서 아이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교사 입장에서도 활동을 더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며 "영양과 운동을 함께 지도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동구 보건소 나성혜 주무관은 "기존 비만 사업은 대부분 1~2회성 교육에 그쳤지만, 강동구는 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 전체를 바꿔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습관이 되도록 했다"며 "이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반복하며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내 29개 초등학교 전체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시기 비만율이 피크였던 2021년 이후 3년간 19% 감소했다. 영양과 운동을 함께 지도하고 교구를 활용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효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강동구가 아동 비만 예방에 나선 배경에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이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며, 신체 질환뿐 아니라 열등감이나 학업 기능 저하 등 사회·정신적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도 크다. 맞벌이 가구 증가와 과도한 사교육으로 신체활동은 줄어든 반면, 인스턴트식품과 배달음식 섭취는 늘어나면서 젊은 층의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강동구는 2017년 '아동 비만예방사업 기본 조례'를 제정하며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관리 사업을 지속해 왔으며, 2023년부터는 장애아동의 배움터인 특수학교로 대상 범위를 확대해 건강 격차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강동구 보건소는 이 사업의 차별점으로 '예방'과 '지속 가능성'을 꼽는다. 대부분의 비만 사업이 성인 대상 단기 교육에 그친 것과 달리, 강동구는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를 '건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시 활용 가능한 신체활동 교구를 지원하고, 교실 안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 핵심이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강동구에 따르면 고강도 신체활동 실천율은 8.93% 증가해 목표치 대비 160%를 초과 달성했고, 채소를 매일 섭취하는 비율도 38.42%로, 목표치(35.8%)를 웃돌았다. 특히 구의 초등학생 비만율은 2021년 33%에서 지난해 26.7%로 꾸준히 감소했다.
강동구는 앞으로도 학교 현장과 연계한 아동 비만 예방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구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보건 정책을 통해 모두가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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