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후 연루 정치인과도 통화
경찰도 인지…참고인 조사 검토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전방위 정치권 로비 의혹 시점인 지난 2018~2020년 국회를 담당하는 또 다른 통일교 고위급 간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당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보다 높은 직책으로,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 관리를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가는 가운데 이 간부가 주목되면서 조만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이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진술한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제공 시점인 지난 2018~2020년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은 송모 씨가 역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 씨는 IAPP 회장을 맡으면서 다수의 정치인과 교류를 맺는 등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 관리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IAPP는 통일교 내 천주평화연합(UPF) 산하기구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주도해 설립했다. 지난 2016년 2월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국내·외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다수 열었으며, 유력 정치인들이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IAPP를 두고 정치권 교섭을 목표로 하는 사실상 정치인 대상 로비를 벌이는 단체라는 얘기가 나온다.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IAPP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의장까지 맡은 바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송 씨는 통일교 외곽 단체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고위 간부"라면서 "정부기관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대관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통일교 한국협회장까지 했기 때문에 무조건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당시 윤 전 본부장은 송 씨보다 낮은 직책이었다고 한다. 한 총재의 전폭적 신임을 받았던 그의 통일교 정치권 로비에서 역할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17년 9월 효정국제문화재단(효정재단) 이사장 이후 지난 2020년 5월 세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통일교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원래는 통일교 내 직급으로 따지면 한 총재 밑에 송 씨가 있었다. 윤 전 본부장은 원래 송 씨 아래 있던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갑자기 송 씨와 윤 전 본부장의 계급이 뒤바뀐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통일교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이 송 씨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데 갑자기 초고속 승진한 것이 미스터리"라고 했다.
송 씨는 이후에도 통일교에서 주요 '공직'을 맡았다. 통일교에서는 교단 내 직책을 공직이라고 일컫는다. 세계평화도로재단, 천주평화연합(UPF) 등 통일교 계열 단체에서 회장을 거쳐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통일교 한국협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중앙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송 씨는 금품 수수 의혹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 전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과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송 씨는 김 전 의원에게는 금품을 건넨 적 없다는 입장이다. <더팩트>가 입수한 송 씨와 김 전 의원 측 녹취록에서 송 씨는 "(돈을) 드린 적 없다"며 "경찰에서 저를 불러 증언을 해달라고 할 것 같다. 그러면 잘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총선에 잘 사용하라'는 취지로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2020년 3월6일 공천에서 배제돼 같은달 24일 불출마 선언했다"며 "총선에 떨어진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건 드라마"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 무렵 통일교 천정궁 내에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IAPP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는 "6개월간 강의를 진행하고 매월 150만원 정도만 받았다"며 "모두 합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송 씨를 수사선상에 올리고 들여다보고 있다. 조만간 송 씨 참고인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송 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며 "조사 여부 등은 현 시점에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송 씨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통일교 측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팩트>도 송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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