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업 시동…친환경 소재 사용 예정
"단기간 성과 미반영…체계적 관리 위한 AX 추진"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형지엘리트가 교복을 넘어 워크웨어·웨어러블 로봇·뷰티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적표는 3년 연속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사업 확대 속도에 비해 지속가능경영 체계 구축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형지엘리트의 올해 종합 ESG 등급은 최하위인 'D'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 부문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지난 2023년부터 3년째 최저 수준 평가다.
이는 패션업계 주요 기업들이 A~B+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올해 삼성물산은 A+,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A, LF와 미스토홀딩스는 B+를 기록했다. 국내 톱 패션 기업 가운데 형지엘리트만 ESG 평가에서 뒤처진 셈이다.
외형 성장세는 뚜렷하다. 형지엘리트의 올해 7~9월 연결기준 매출액은 446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4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2억원으로 433% 늘었다. 특히 스포츠 상품화 사업 매출은 247억원으로 175%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학생복 사업 매출은 22% 늘며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문제는 실적 상승과 달리 ESG 등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ESG기준원은 형지엘리트의 2024년 평가 보고서에서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전년과 동일한 등급으로 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형지엘리트는 지난 2020년부터 재활용 PET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상품 개발에 도입하고 지난해에는 '쿨코리아형지' 캠페인 등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강조해 왔다. 또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 출범회의'에 최병호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등 친환경 소개 확대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ESG등급은 여전히 낮다. 앞선 행사들이 일회성 캠페인이나 표면적인 활동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해당 등급을 ESG 활동의 부재라기보다, 평가 체계와 당사 실행 방향 간 시차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ESG 평가 항목 중 일부 정량·공시 중심 지표에서 단기간 내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실행 중심의 ESG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X(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업무 전반을 혁신하는 것)를 통한 단계적 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데이터 관리·투명성·ESG 성과의 정량화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ESG 등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낮은 ESG 등급이 지속되자 형지엘리트는 지난 9월 대한민국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자 인권·환경 분야에서 활동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강 전 장관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위원, 경기도 기후대사, 지구와 사람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형지엘리트는 미래산업으로 보폭을 넓힌다. 최근 웨어러블 로봇 사업 진출을 위해 '형지로보틱스'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고기능성 특수복 사업을 위한 미국 생산·유통 기지 설립도 추진 중이다.
방탄복과 웨어러블 로봇 등 특수복을 군납과 현지 유통망으로 연결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방위·군수 산업이 밀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형지엘리트는 AI·로봇 기술을 결합한 웨어러블 슈트와 특수복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TF팀을 구성해 사업 구체화에 착수한 상태다. 최준호 대표이사가 지난 2023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미군 군납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개척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뷰티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최근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Z세대 타깃 뷰티 시장에 나선다. 형지엘리트가 보유한 10대 청소년·학부모 데이터와 코스맥스의 연구개발(R&I), 생산 및 글로벌 인프라를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ESG 가치를 최우선으로 반영한다.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유해성분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하며 제품 기획부터 개발·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원료를 사용한다.
아울러 중국 프리미엄 교복 시장에서 축적한 브랜드 신뢰도와 유통망을 기반으로 중국 뷰티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교복 시장 진입 역시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청소년 뷰티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신사업 확장과 실적 개선이라는 '양적 성장'에 돌입한 형지엘리트는 이제 ESG경영이라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특히 군납·뷰티 사업을 확대하려면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실적과 신사업 속도만큼 ESG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지 못하면 투자자와 파트너, 소비자 간 신뢰 회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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