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부 출신·준법감시인 출신 회장, '명륜당 사태'가 던진 첫 시험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 운영사 명륜당이 한국산업은행에서 연 3~4%대 저리 정책자금을 빌린 뒤 특수관계 대부업체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연 12~17% 고금리로 재대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 자금이 소상공인 지원이 아닌 '돈놀이' 종잣돈으로 쓰였다는 비판 속에 산업은행 내부통제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법무실장·준법감시인 출신 첫 내부 회장인 박상진 체제가 취임 석 달도 안 돼 정책금융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명륜당은 본사 자금과 특수관계 대부업체 12~13곳을 함께 활용해 가맹점주에게 창업·운영자금을 연 12~15%, 일부 상품은 최고 연 17% 수준으로 빌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점주들은 "본사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알선해준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를 크게 웃도는 이자를 부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명륜당이 동원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산은 등에서 빌린 정책대출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명륜당은 은행에서 연 3~4%대 금리로 운영·시설자금 약 790억원을 빌렸고 이 가운데 산은 대출만 약 6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중은행 대출은 100억원대 중반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명륜당은 2023년까지 산은에서 운전자금 90억원만 빌렸지만, 2024년 대부업 계열사 13개를 세운 뒤 운전자금 420억원과 시설자금 180억원을 추가로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륜당이 대부업법상 '대형 대부업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산 규모 100억원 미만의 소형 대부업체를 10여 곳으로 쪼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대부업 10여곳을 활용해 가맹점주에게 빌려준 돈은 800억대(약 820억~860억원), 가맹본부가 챙긴 이자·상환금 등 부당 이득은 150억원 안팎이라는 추산까지 나왔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지자체가 실태점검에 나섰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실제 위법 여부와 책임 범위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 행정처분 알고도 추가 대출…'사후관리 먹통' 논란
논란을 키운 건 산은의 대출 집행과 사후관리 과정이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청은 2024년 7월 명륜당에 대해 미등록 대부업·과잉대부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산은은 2025년 5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 달 뒤인 6월 명륜당에 24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명륜당 대출은 본사와 직접 거래 관계가 없는 산은 서울 노원지점에서만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상당수가 팀장급 전결로 승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지점·직원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한 대출 관행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거액 정책자금이 특수관계 대부업을 거쳐 고금리 자금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산은 리스크관리·준법 시스템이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금융회사가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거래를 중단하거나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은이 미등록 대부업 행정처분 이후에도 거래를 유지하고 추가 대출까지 한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국감 질타로 이어지기도 했다.

◆ 첫 내부 출신·준법감시인 출신 회장의 첫 시험대
명륜당 사태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박상진 회장은 1990년 산은에 입행해 기업구조조정,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거친 뒤 올해 9월 71년 만의 첫 내부 출신 산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가 마주한 최대 화두가 '명륜당 대출'이었다.
박 회장은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취임 후 보고를 받고 참 곤혹스러운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며 "검사부에 감사를 지시해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다만 올해 추가 대출을 두고 "기한 연장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자금세탁 의심 거래 보고의무를 왜 이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다"는 취지의 답을 내놓아 '준법감시인 출신 회장답지 않은 답변'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명륜당에 대한 최초 대출과 2024년 대출 확대 자체는 박 회장 취임 이전 이뤄진 만큼, 그가 직접 대출을 승인하거나 구조를 설계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행정처분 이후에도 거래를 이어가고 추가 대출을 집행한 경위, 내부 경보 체계가 작동했는지 여부, 현 시점에서의 거래 유지·회수 방침 등은 '현재형 책임'의 영역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산은이 그동안 박 회장이 주도해 온 준법·리스크관리 체제 아래 있었던 만큼, 명륜당 사태는 준법감시인 출신 회장의 리스크 인식과 대응 역량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라는 평가를 낳는다.
◆ 국책은행 내부통제, 어디까지 바뀔까
명륜당 의혹은 개별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탈을 넘어, 국책은행 정책자금이 자칫 서민·소상공인을 옥죄는 고리대금 구조의 '밑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산은을 포함한 국책은행의 프랜차이즈 본사 대출 전반에 대한 실태점검과 함께 소규모 대부업체에 대한 직권검사·대부업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 내부적으로도 △프랜차이즈 본사·대부업 관련 대출 심사 기준 강화 △행정처분·자금세탁 의심 정보 연계 모니터링 체계 정비 △지점 전결 한도 및 대형·고위험 거래 본점 심사 확대 등 대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자금이 저리로 공급되는 만큼 사용처와 자금 흐름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강도를 민간은행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3~4%에 빌려준 돈이 10% 중반, 많게는 17% 이자로 되팔렸다는 의혹만으로도 정책금융 신뢰에는 큰 상처"라며 "준법감시인 출신 회장이 내부통제와 사후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고쳐나가느냐에 따라 산은 리스크 관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