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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범죄 연예인에 대한 '용서의 기준'은 무엇일까
조진웅은 법조계·정치권까지 가담한 극히 이례적 논쟁
연예계는 '평소 이미지'가 사건 발생 시 중요하게 작용


배우 조진웅은 소년범 의혹을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소년법의 기본 취지에 위배된 사례라고 지적하며 조진웅의 옹호에 나석고 있다. 사진은 조진웅이 6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식 포토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남용희 기자
배우 조진웅은 소년범 의혹을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소년법의 기본 취지에 위배된 사례라고 지적하며 조진웅의 옹호에 나석고 있다. 사진은 조진웅이 6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식 포토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12월 연예계가 각종 사건사고로 떠들썩한 가운데 조진웅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

3일부터 9일까지 연예계에서는 개그맨 조세호와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부터 개그우먼 박나래의 매니저 갑질 의혹, 배우 조진웅의 소년범 의혹까지 충격적인 소식이 연달아 이어지며 팬들을 경악에 빠트렸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고 방송·영화계에서 조세호와 박나래 조진웅의 모습은 차례차례 지워지는 중이다.

먼저 박나래는 8일 소셜 미디어에 직접 입장문을 게재하고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깔끔하게 해결되기 전까지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조세호는 당초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9일 "모든 의혹을 온전히 불식시키고 돌아오겠다"는 입장문과 함께 고정 출연 중이던 KBS 2TV '1박2일'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을 자진 하차했다.

가장 희한한 것은 조진웅이다. 소년범이라도 강도 강간이라는 중범죄 혐의를 받는 조진웅이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는 은퇴 선언을 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진웅을 옹호하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진웅을 옹호하는 이들의 주된 논리는 청소년 시절 저지른 비행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미 죗값을 치렀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위치까지 이른 것은 오히려 교정 교육의 모범 사례로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는 식이다.

또 법률사무소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는 조진웅의 사건 보도가 소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는 소년법 제70조에 근거해 조진웅 사건을 최초 보도한 기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박범계 의원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조진웅을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는 의견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해 '조진웅 사태'는 정치공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개그맨 조세호(왼쪽)과 개그우먼 박나래도 큰 논란에 휘말렸지만 조진웅 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옹호하는 의견은 찾기 어렵다./더팩트DB
개그맨 조세호(왼쪽)과 개그우먼 박나래도 큰 논란에 휘말렸지만 조진웅 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옹호하는 의견은 찾기 어렵다./더팩트DB

물론 대중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아무리 소년법의 취지나 목적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조진웅은 그 죄질이 너무나도 나쁘다. 또 조진웅이 성인 시절에도 폭행과 음주운전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어 여론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다.

궁금한 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조세호와 박나래, 조진웅은 모두 같은 시기에 연예인 커리어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커다란 논란을 마주했다. 그런데 조진웅은 유일하게 엘리트 집단이 나서서 '용서'를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조진웅은 이 셋 중에서도 가장 반박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고 이를 일부 시인하기까지 했음에도 그렇다.

이처럼 조진웅을 향한 잣대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게 작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 한 변호사는 "이번 조진웅 사태가 소년법 본연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판단에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언론의 공익성 측면이 있다 보니 문제제기 정도에서 그치지 법 위반까지 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웅과 비슷하게 중범죄를 저질러 퇴출당한 연예인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매니저 A씨의 반응도 비슷했다. A씨는 "사실 조진웅은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소년범이라도 강도와 절도, 강간 같은 중범죄와 연루된 사건임에도 법의 취지와 정치논리까지 더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 감이 있다. 일반적인 연예계에서 사건 사고와는 다른 예외적인 상황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아무리 대단한 인기를 누린 연예인이라도 성범죄나 강도, 폭력과 같은 중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영구 퇴출이다"라며 "그나마 음주운전, 도박, 병역기피, 마약 등을 저질렀을 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도덕적 잣대의 기준이 높아진 지금은 모든 범죄는 복귀가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범죄 이력도 멋의 하나로 치부하는 힙합 신이나 실력적으로 월등한 재능을 보인 일부 연예인에게 예외적으로 복귀 논의가 이루어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드는 의문은 '용서의 기준'이다. 일례로 음주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는 개그맨 유세윤과 배우 곽도원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개그맨 유세윤(왼쪽)과 배우 곽도원은 모두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이 중 유세윤은 약 1년 후 별다른 논란 없이 복귀한 반면 곽도원은 3년이 지나도록 복귀에 난항을 겪고 있다./더팩트DB
개그맨 유세윤(왼쪽)과 배우 곽도원은 모두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이 중 유세윤은 약 1년 후 별다른 논란 없이 복귀한 반면 곽도원은 3년이 지나도록 복귀에 난항을 겪고 있다./더팩트DB

A씨는 "유세윤은 자수라는 행동이 개그맨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이미지가 상승한 경우다. 반면 곽도원은 과거 쌓여있던 몇몇 논란들과 더불어 영화에서 소방관 역할을 맡은 채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서 괘씸죄가 더해졌다"며 "보통 거짓말을 하거나 평소 언행과 불일치한 모습, 연예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 등은 괘씸죄가 적용돼 긴 자숙기간을 거쳐도 복귀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다만 아이돌의 경우는 다르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K팝 스타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 정서와 무관하게 일정기간이 지나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지금은 그 기준점이 훨씬 높아졌다"며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음주운전 논란 후 자숙기간 동안 50억 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그 이후 슈가를 향한 비난 여론은 거의 사라졌다. 액수가 큰 것도 있지만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매니저 B씨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B씨는 과거 논란이 있던 연예인을 맡아 복귀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B씨는 "만약에 조진웅이 소년범이 아니었고 지금 박나래가 겪고 있는 사건을 그가 겪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든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지금 박나래처럼 서로의 주장이 반대로 갈리는 사건이라면 연예인이 지닌 이미지나 입지 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연예인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더불어 B씨는 이 대외적 이미지가 '용서의 기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B씨는 "결국 연예인은 사람들 앞에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명 '까방권'을 꾸준히 쌓는 게 중요하다. 대중들이 보는 눈에 호감이냐 아니냐가 결정적일 때 크게 작용한다"며 "당연히 사건사고는 일으키지 않고 연루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세상은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최고의 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백종원이 한순간에 몰락한 것이나 유재석도 최근 논란에 휘말린 것을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진웅도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의 논리를 제외하고도 '조진웅이니까' 더 우호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반대로 박나래는 '박나래니까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예계에서 '용서의 기준'은 결국 그 연예인의 이미지가 어디에 있느냐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연예인은 꾸준히 이 '호감작(호감도를 올리는 작업)'을 쌓는 직업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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