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B2B 중심 구도 뚜렷…디지털 전략 방향성에 영향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현대카드가 디지털전략을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 올리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포용금융'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영 부회장이 디지털 전략에 힘을 실으면서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타 카드사들이 소비데이터를 공익 용도로 개방하는 흐름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상품 중 신용카드사가 취급하는 상품은 총 7766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보험·캐피탈·핀테크 등 금융사가 취급하는 전체 데이터(8754건)의 88.71%가 카드사 몫이다. 이 가운데 무료 상품이 4220건, 유로 상품은 3546건으로 절반 이상이 무료로 개방돼 있다.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 중 무료 데이터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곳은 NH농협카드다. 체크카드·지역화폐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전국 단위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1713건을 무상 공개하고 있다. 소상공인 상권 분석, 연구기관의 공익 목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NH농협카드에 이어 무료 데이터 취급량이 많은 곳은 삼성카드다. 성별, 연령별 소비 금액 증가세 등을 무료로 공유한다. 이어 △KB국민카드(826건) △신한카드(724건) △롯데카드(178건) 순으로 소비데이터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나 정책연구 수요를 고려한 개방 기조다.
무료 데이터를 미취급 하는 곳은 현대카드와 하나카드, 우리카드, 비씨카드 등 네 곳이다. 다만, 하나카드의 경우 한국은행과 지난 2018년부터 '경기 동향 모니터링 협력 MOU'를 체결하고 매달 한국은행에 관련 데이터를 전달하고 있다. 업종별 소비 흐름과 외국인 소비 패턴 분석 등 한국은행의 경기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우리카드도 지난 2023년 독자가맹점 체계 구축 후 지난 5월 통계청과의 협약을 통해 빅데이터를 무상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씨카드는 신용카드 매출보다 결제 인프라·VAN 등 B2B 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아 데이터 개방 전략이 다른 사업자와 결을 달리한다.
현대카드는 여러 분야에서 데이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건수는 8건에 그친다. 모두 유료로 운영되고 있어 '적극적 개방' 흐름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업자로 꼽힌다.
현대카드가 소비데이터 취급에 소극적인 발단에는 정 부회장만의 독자노선 전략에 있다. 현대카드는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이후 데이터·AI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해에는 스미토모미쓰이카드에 '유니버스' 플랫폼을 수출하며 국내 금융사 최초로 자체 AI 기반 플랫폼을 해외 판매하는 성과도 냈다. 디지털 전략을 B2B 플랫폼 중심으로 확장해 온 만큼, 외부 개방보다는 내부 사업 효율화와 수익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카드가 디지털 사업을 중심으로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흐름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사회공헌과 공공 기여 측면에서는 별도의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카드는 "단순히 데이터를 가공해 외부에 공개하는 형태가 아니라,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구조화해 내부 비즈니스 전반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공공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 데이터를 바라보는 방향성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데이터 분야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고 주수입원으로 자리 잡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올해 현대카드의 실적이 유일하게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공익적인 역할도 요구되는 시점이"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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