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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풀뿌리①] 중앙당 눈치만 보는 지방당…'상명하복' 속 이유 있는 침묵
"'요이땅'하면 상경…실무진만 죽어나"
그래도 침묵하는 이유? '공천권' 때문
정책 경쟁보다 중앙당 인맥 과시 우선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9월 4일 국민의힘은 당원들을 집결시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하린 기자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9월 4일 국민의힘은 당원들을 집결시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하린 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다시 '공천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명목상 공천권은 시·도당에 있지만 결정적 '키'는 중앙당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지방당은 중앙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반짝 동원되고, '팽' 당하는 설움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이유 있는 침묵이 계속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지역 정치'가 만개하기 위해선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더팩트>가 3편에 걸쳐 그 현실과 대안을 총 3편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시형·이하린 기자] "중앙당은 '요이땅'하면 사람들이 다 모이는 줄 아는 것 같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 말살 특검 수사 규탄대회'는 현역 의원과 시·도당 당협위원장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현장에서는 불만도 적잖이 터져 나왔다.

A 도의원은 "관광버스 3~4대씩 빌려서 올라가니 의원들은 기세등등할지 몰라도, 밑에서 실무를 보는 우리는 죽어난다"며 "지방은 지역구도 넓어 사람을 한곳에 모아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B 시의원도 "전날 오후 늦게 일정을 통보받아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올라오는 구조"라며 "중앙당 일정이니 따르지만, 이렇게 '통보식' 운영이 반복되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주 이어진 내란 규탄대회에 상경했던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사정도 비슷했다. C 지역위원장은 "당시 규탄대회가 워낙 자주 열려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자발적으로 상경했다"며 "당원들이 오히려 '왜 안 가냐'고 독려할 만큼 열기가 컸지만, 중앙당의 별도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상 시·도의원과 기초의원 후보 추천 권한은 시·도당에 부여돼 있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사진은 지난 8월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25 민주당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 /배정한 기자
당헌·당규상 시·도의원과 기초의원 후보 추천 권한은 시·도당에 부여돼 있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사진은 지난 8월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25 민주당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 /배정한 기자

중앙당이 호출하면 별도 지원이 없어도 지역조직이 군말 없이 따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앙당 진출이 지방 정치인들의 오랜 목표이자, 공천권도 실질적으로 중앙당에 집중돼 있는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현 지도부가 규탄대회 참석 등 '출석 체크'를 공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지방당이 중앙당 지시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D 도의원은 "당협에서 누가 왔는지 명단을 적고 시·도당에서 인원수를 확인한다"고 했다.

당헌·당규상 시·도의원과 기초의원 후보 추천 권한은 시·도당에 부여돼 있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컷오프 불복 시 '재심' 절차가 중앙당에서 진행되는 만큼, 최종 '키' 역시 중앙당이 쥐고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민주당 C 지역위원장은 "원칙적으로는 시·도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구조지만, 실제로는 구청장 등 공천까지 중앙당 영향력이 미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D 시의원은 "그동안 공천 과정에서 중앙당이 강력한 그립을 쥐었던 장면이 반복돼 왔다"며 "다가올 공천에서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면 지역 내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정책 개발보다 중앙당과의 인맥을 과시하는 것이 선거 전략으로 자리잡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남윤호 기자
지역 정책 개발보다 중앙당과의 인맥을 과시하는 것이 선거 전략으로 자리잡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남윤호 기자

결국 지역 정책 경쟁이나 주민 지지 확보보다 중앙당과의 인맥 과시가 선거 전략으로 굳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 E 당협위원장은 "역량이 부족한 후보가 친분을 앞세워 '나쁜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직하고 정책 경쟁력 있는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당 동원정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상향식 공천을 해도 지방당의 종속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중앙당 권한 분산의 필요성이 충분한 만큼 이제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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