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그룹 상황 따라 성과 크게 달라져"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에서 모처럼 단일그룹 계열사만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를 90% 이상 담고 있는 BNK자산운용의 'BNK카카오그룹포커스'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12월 한화자산운용이 한화그룹 계열사들로 구성된 단일그룹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 지 1년 만이다.
상장 후 흐름은 양호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5분 기준 BNK카카오그룹포커스는 전날보다 0.80% 오른 1만100원에 거래 중이다. 상장 첫날인 지난 2일 0.20%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강보합세다.
BNK카카오그룹포커스는 카카오그룹에 소속된 상장사와 카카오가 영위하는 핵심 사업과 연계된 종목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로 카카오(20.59%), 카카오페이(19.76%), 카카오뱅크(19.66%) 등 카카오그룹에 속한 계열사에 90% 이상을 투자하는 단일그룹주 ETF다. 운용사는 BNK자산운용이며 펀드보수는 연 0.395%로 책정됐다.
BNK자산운용이 단일그룹주 ETF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시 배경으로는 금융,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델을 전개하고 있는 카카오그룹주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오픈AI와 협업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인 성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적합한 상품 등이 꼽힌다.
박진걸 BNK자산운용 ETF팀 팀장은 "카카오그룹의 견조한 현재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본 상품을 기획했다"면서 "최근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 및 '디지털자산기본법'등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적 틀이 마련되는 흐름은 해당 ETF의 중장기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랜만에 단일그룹주 ETF가 등장했는데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단일그룹주 ETF는 포트폴리오만으로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 일반적인 ETF 상품과 달리 특정 기업집단 종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분산 효과가 덜하고 특정 그룹의 부실이나 지배구조 문제, 경영진 리스크 등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운용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단일그룹주 ETF는 테마형 ETF로 분류되기 때문에 시장 대표 지수형 ETF에 비해 운용 보수가 높은 경우가 많아 장기 투자 시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출시 시점이 가장 고점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단일그룹주 ETF가 출시되는 시점은 해당 그룹에 대한 시장 관심이 가장 뜨거울 때 출시되기 때문에 상장 초반 상승세를 거칠 수 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한순간에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국내 모든 자산운용사를 통틀어서 단일그룹주 ETF가 상장하는 시기가 1년에 1개꼴에 그친 것도 시장 매력도 저하를 대변한다. 대형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2008년과 2011년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를 내놨으나 이를 끝으로 10년 넘게 단일그룹주 ETF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그룹주 ETF는 단일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리스크만큼 기대 수익률도 높다는 측면에서 잠재력에 투자해 볼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1년 전인 2024년 12월 상장한 한화자산운용의 'PLUS한화그룹주'는 올해 방산과 조선 등 산업에서 수혜를 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의 주가 상승세와 맞물려 상장 후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2023년 유일하게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포스코그룹포커스'는 2차전지 산업의 부진으로 1년 수익률이 26.20%에 그쳤고, 2022년 홀로 상장한 키움투자산자산운용의 'KIWOOMSK그룹대표주'는 신탄원본액 50억원 미만에 따른 운용 효율성 문제로 올해 6월 상장 폐지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잠재력은 보장되나 특정 그룹의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현실화할 수 있는 우려는 남아있다"며 "단일그룹주 ETF는 개별 그룹 상황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투자 결정에 앞서 해당 그룹의 성장성과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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