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창립 101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이 3조원대 설탕 가격 담합에 휘말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6일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를 받는 최낙현 전 삼양사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삼양사는 삼양그룹의 식품 계열사다. 검찰 수사결과 제당 3사(삼양사, CJ제일제당, 대한제당)가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대표이사 및 고위직 임원들이 가격인상 공감대를 형성하면 각사 영업 임원들이 가격변동 폭과 시기를 결정하고 영업팀장들끼리 거래처와 협상경과를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런 담합이 실제로 설탕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제당 3사의 담합이 시작되기 전 2020년과 비교해 2023년 10월 설탕 가격이 최대 66.7%나 상승했다. 아울러 설탕 가격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상승률이 59.7%에 달했다. 이 기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22.9% 정도였다.
앞서 삼양그룹은 올 한 해 기업 인식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대표 사례로 지난 10월 선보인 기업 광고 '보통T가 아니다 스페셜티다'가 있다. 이 광고는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삼양그룹 핵심 사업인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로 표현해 기업 친근감을 높였다.
광고는 논리적인 답변만 하는 사고형(T)의 사람에게 '너 T야?'라고 묻는 밈과 스페셜티(T)의 발음을 엮은 언어유희를 활용했다. 배우 박정민이 브랜드 모델로 출연해 유튜브 공개 한 달여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달성했다.
이를 본 소비자도 "광고가 웃겨서 찾아보게 만든다", "스페셜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광고를 보니 알 것 같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내보였다.
삼양그룹이 대대적인 광고를 펼친 배경은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과 혼동하는 현상 때문이다. 삼양그룹은 이러한 내용의 기업 광고를 지난 6월 한 차례 선보였고, 9월에도 스페셜티 소재를 다룬 TV CF를 재차 공개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삼양그룹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설탕 가격 담합으로 최낙현 전 대표가 대표가 구속된 것이다. 최 전 대표가 사직에 따라 삼양사는 기존 강호성·최낙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강호성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최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삼양사 이사회 사내이사로 올랐다. 이후 식품BU장과 식품그룹장 등을 거쳐 2022년 대표직을 맡았다. 특히 그가 대표로 재임했던 지난해 9월 삼양사는 사업비 14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알룰로스 생산공장을 조성했다.
이후 지난해 삼양사 알룰로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59.2%, 매출액은 63.6%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 기간 대비 28.8%, 매출액은 13% 증가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리더 교체로 기존의 사업 추진 동력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담합으로 인한 거액의 과징금까지 물게 될 경우 재무상 타격을 입을뿐만 아니라 올 한 해 다량의 광고를 통해 올려놓은 기업 이미지마저 훼손될 수 있다.
삼양사는 정지석 식품BU장을 새로 선임하며 리더십 교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또 담합 이슈와 관련해서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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