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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년] '윤 탄핵' 시국선언에 신변 위협…민주주의 지킨 대학생들
고려대 노민영(20)·경희대 성경헌(24) 씨 인터뷰
일상 돌아갔지만…"앞으로도 사회 문제 목소리"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즉각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전국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학내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내 게시판에 시국선언문을 부착하는 모습. /독자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즉각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전국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학내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내 게시판에 시국선언문을 부착하는 모습. /독자 제공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대학가에서는 교수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 즉각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전국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학내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학교 3학년 노민영(20) 씨와 경희대학교 4학년 성경헌(24) 씨도 학생들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각자 학교는 달랐지만, '민주주의를 바로 잡아야한다'는 마음은 같았다.

노 씨는 지난해 12월2일 학생들 265명의 연서명을 모아 교내 중앙광장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중앙광장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4·18 학생 시위가 일어난 곳이다.

노 씨는 "교수님들의 대자보에 부착된 포스트잇을 보고 확신과 용기를 얻었다"며 "'나만 분노한 게 아니구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에 시국선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희대에서는 계엄 이후 학생총회에서 약 92% 찬성으로 윤 전 대통령 퇴진 촉구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유대학 주최로 '탄핵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성 씨는 학생들을 모아 지난 3월11일 교내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성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학생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학교의 이름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며 "계엄 선포 전에도 시국선언을 제안했었는데 당시 10여명에 불과하던 동참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계엄은 분명 잘못된 것이란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희대에서는 계엄 이후 학생총회에서 약 92% 찬성으로 윤 전 대통령 퇴진 촉구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유대학 주최로 '탄핵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다빈 기자
경희대에서는 계엄 이후 학생총회에서 약 92% 찬성으로 윤 전 대통령 퇴진 촉구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유대학 주최로 '탄핵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다빈 기자

두 사람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현장도 지켰다. 노 씨는 "식당에서 비상계엄 선포 뉴스를 보고 혼란스러웠다"며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국회 앞으로 갔다"고 말했다.

성 씨도 "술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보니 SNS 실시간 검색어에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술이 확 깨면서 소름이 돋았다"며 "곧바로 국회에 가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쪽잠을 잔 후 다음 날 수업을 들었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은 시국선언 이후 신변의 위협도 느껴야 했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시국선언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노 씨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이 이어졌다. 노 씨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는 게 탄핵 사유가 되냐', '석열이 형이 사람을 죽였냐. 말이나 해봐라' 등 내용이 담긴 익명 메시지를 받았다.

노 씨는 "이대로 자취방에 혼자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학교가 무섭기도 했다"며 "집에서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게 더 무력하고 불안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국회 앞이 더 안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앞으로도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낼 것이냐는 물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계엄 1년을 맞아 3일 오후 7시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3월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재학생과 동문, 교수 등이 시국선언을 하는 모습. /이다빈 기자
이들은 앞으로도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낼 것이냐는 물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계엄 1년을 맞아 3일 오후 7시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3월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재학생과 동문, 교수 등이 시국선언을 하는 모습. /이다빈 기자

한바탕 홍역을 앓고 난 후 두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성 씨는 졸업을 앞두고 휴학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 씨도 지난 1학기 휴학한 뒤 2학기 복학했다. 현재는 진로나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낼 것이냐는 물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계엄 1년을 맞아 3일 오후 7시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노 씨는 "시국선언을 계기로 알게 된 학우들과 지난 5월 광주기행에 다녀오거나 내란 이후의 세상을 상상하는 토론회 등을 같이 진행했다"며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 청산의 필요성과 계엄을 저지했던 기억을 상기하기 위한 대자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에게 시국선언을 먼저 시작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마땅한 공간과 기회가 없었던 것인데, 학생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씨는 "졸업이 다가오지만 언제든지 사회 문제에 연대할 의향이 있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현장 집회에 참여하곤 한다"며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증명했지만, 이주 노동자, 건설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등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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