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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년] 헌정위기 겪고도 갈 길 먼 '민주시민교육'
토론·체험 부재…'교원 정치중립 의무'도 장벽
교육부, 민주시민교육팀 정식 직제화 준비 중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일 서울 관악구 난우중학교를 방문하해 헌법과 기본권을 주제로 한 중학교 3학년 사회 수업을 참관했다./교육부 제공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일 서울 관악구 난우중학교를 방문하해 헌법과 기본권을 주제로 한 중학교 3학년 사회 수업을 참관했다./교육부 제공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실효성 있는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민주시민교육은 쟁점 토론이나 체험활동보다는 지식 전달 중심에 머물러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난우중학교를 방문해 중학교 3학년 사회 수업을 참관했다. 수업 주제는 ‘헌법과 기본권’으로, 학생들은 1987년 헌법 내용을 배우고 현 시점에서 헌법을 개정한다면 무엇이 필요할 지 등을 토의했다.

최 장관은 참관 후 인사말에서 "지난해 12월 3일 생각지 못했던 계엄을 겪었지만 국회와 시민의 힘으로 헌법 절차에 따라 헌정 질서를 평화적으로 회복했다"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헌법과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핵심 가치를 배우고 지키는 일은 혐오나 차별을 넘어 성숙한 포용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고, 민주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2년 개정교육과정은 민주시민교육을 '학생이 자신과 공동체의 삶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공동체 문제를 연대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으로 정의한다. 민주사회 문제해결의 주체인 시민이 갖춰야 할 지식·태도·실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초·중·고등학교 민주시민교육은 사회·도덕 교과 내 '법과 인권',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인권과 윤리' 등 주제 수업에서 이뤄진다. 특정 기념일이나 사건을 계기 삼아 교사가 자율적으로 계기교육을 실시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시의성 있는 현안을 두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관련 쟁점을 토론하거나 모의선거 등 실천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지식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다. 교원의 정당 지지·반대 표명을 금지한 정치 중립 의무도 12·3 비상계엄 같은 정치·사회 이슈가 수업에서 충분히 다뤄지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나 국회의 역할 등에 대해선 당연히 계기교육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현존하는 정치세력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비상계엄 뿐 아니라 근현대사나 시사 이슈에서도 특정 정당이 언급될 수 있는 내용은 정치적 교육으로 오해될 수 있어 교사들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교육부는 지난달 3일 교육복지늘봄지원국 산하에 '민주시민교육팀'을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임시 조직으로 신설했다. 해당 팀은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추진을 목표로 한다. 인성·헌법·통일교육을 활성화하고 학생 자치와 청소년단체·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식 직제화 준비도 진행 중이다. 최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시민교육팀에 대해 "내년 1월 1일 조직 개편 때 정식 과로 출범시키기 위한 준비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수업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정치 중립 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공식 기구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공무원의 당파적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해치법(Hatch Act)에 따른 자문과 법 집행을 담당하는 미국 연방 특별고문국(U.S. Office of Special Counsel) 사례를 들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해당 기구는 교사들이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 판단이 모호한 경우 사전 문의가 가능한, '가이드라인 센터' 역할도 담당한다. 박 교수는 "학부모 이의제기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 수업에서 정치 관련 내용을 아예 회피하면 학생들은 유튜브 등 SNS에서 접하는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며 "올바른 정보 해석과 판단 능력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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