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금융 '2+1' 인사에 '발목'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정학 대표이사가 IBK투자증권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차기 IBK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음에도, IBK금융에 뿌리내린 '2+1' 관행이 서정학 대표의 거취를 좌우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회복 이끈 3년…서정학의 '구원투수' 성적표
서정학 대표는 IBK투자증권의 실적이 내리막길에 들어선 시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다. IBK투자증권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곧 우상향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2021년에는 순이익이 1120억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수장으로 자리하게 된 서 대표는 2023년 취임 이후 투자증권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취임 직후 서 대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스마트워크시스템 또한 구축했다. 비용 효율화와 자본 운용 조정도 병행하며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 결국 IB(투자은행), WM(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회복세가 나타났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딜 확대를 통해 수수료 기반 수익도 안정화했다.
IBK투자증권은 2024년에는 별도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7.8% 증가한 2조98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 늘어난 956억원, 당기순이익은 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 급증했다. 서 대표는 2년 재임기간 중 실적 성과와 함께 리더십, IBK금융그룹 내 시너지를 통한 수익 창출 등 회사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올해 3월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서 대표는 일부 업황이 어려웠던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향상(1조4838억원→1조7803억원)에 이바지했다.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IBK투자증권의 누적 순이익은 4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매출액은 2조1327억원으로 7.5% 뛰었다.
서 대표는 지난달 전사적인 조직개편 또한 단행했다. Wholesale부문에서는 기존 금상영업본부와 법인영업본부를 통합해 기관영업본부로 재편했다. SME Solution부문의 경우 PE 1·2부를 하나의 PE부서로 통합했다. SME투자부도 PE본부에 흡수시켰다. IB 부문에서는 기존 영업본부 4개를 3개로 줄이며 구조 단순화에 나섰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역할도 확대했다. 아울러 호반그룹, 대성문, 일성아이에스 등 다방면의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대내외 시너지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ESG 및 사회공헌 활동에도 무게를 뒀다. 친환경 투자상품 공급, 탄소배출권 거래 확대, 장애인 예술단 지원을 위한 문화행사 후원 등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 행장 후보까지 올랐지만…'2+1' 인사가 만든 갈림길
IBK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한 첫 분기부터 호실적을 내며 순항한 서 대표는 차기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현 김성태 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일까지로, 현재 내부 출신 인사 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IBK금융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서 대표는 벤처금융·자본시장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바 있다.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신망이 두텁지만, 서 대표의 증권사 대표 연임 가능성은 이같은 성과와 리더십만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IBK금융에는 계열사 CEO에게 2년 기본 임기, 필요 시 1년 연장을 허용하는 '2+1'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는 성과 검증 장치 같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순환 배치와 상위 기관 인사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IBK투자증권은 출범 이후 모든 대표가 2년 안팎 임기를 채우고 교체됐으며, 1년 연임만 몇 차례 허용됐다. 역대 대표로는 △임기영(2008~2009년) △이형승(2009~2011년) △조강래(2011~2014년) △신성호(2014~2017년) △서병기(2020~2023년) 등이 있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IBK투자증권은 조직 학습이 누적되기 어렵고, 중장기 전략 추진도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IBK투자증권이 최근 쌓아온 조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수익성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리더십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부 통제 체계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자리 잡는 데 최소 2~3년이 걸리는 만큼, CEO가 너무 자주 바뀌는 구조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BK금융이 성과 중심으로 변화를 선택하려면 투자증권부터 관행을 깨야 한다"며 "투자증권 내 조직 안정과 전략 연속성을 어느 정도 보장할지가 그룹 전체 체질 개선에도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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