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정치
[인터뷰 <하>] 이영현 변호사 "北, 간부양성제도 통해 법조인 뽑아"
[탈북민 목소리①] "개인 권리 누리지 못하는 北"
"KIS, 해외 거주하는 北 주민 대상으로 진행"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래에서 이영현 변호사를 만나 북한 법조 구조, 정보 접근권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서초=이새롬 기자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래에서 이영현 변호사를 만나 북한 법조 구조, 정보 접근권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서초=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서초=정소영 기자] 북한 주민들이 마주한 법·제도 환경은 외부 세계와 극명하게 다르다. 법조인의 선발은 시험이 아닌 임명으로 결정되고, 판사·검사·변호사 모두가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구조화돼 있다. 개인의 권리나 인권이 작동하기 어려운 체제다.

동시에 700만 대 넘는 휴대전화가 보급됐지만 인터넷은 철저히 차단돼 있어 외부 정보에 접근할 통로가 거의 없다. 법의 부재와 정보의 단절이 뒤섞여 있는 것이 북한 사회의 현실이다.

이영현 변호사는 "북한 변호사는 의뢰인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존재에 가깝다"며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해외 북한 주민들에게 실용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결국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북 인터넷 방송 KIS 대표로 취임해 해외에 체류 중인 북한 주민들에게 각국 정착제도와 실생활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래에서 이 변호사를 만나 북한 법조인 체계, 정보 접근권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이영현 법무법인 이래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영현 법무법인 이래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북한은 ‘간부 양성 제도’를 통해 법조인을 뽑는다"고 말했다. /서초=이새롬 기자

-북한의 법조인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고, 법조인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시간이 지난 자료들을 보면 북한의 법조인은 판사·검사·변호사 같은 역할들이 존재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기본적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받고, 이후 검사가 되거나 판사가 되거나 선택해서 지원하면 되는데 북한은 그런 시스템이 전혀 아니다. 북한은 '임명 방식'이다.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간부양성제도'를 통해 법조인을 뽑는다. 전공과 상관없이 경제·교육·사회·법 분야 등 다양한 전공자를 대상으로 간부를 양성한다. 간부로서의 자격 여부, 당에 대한 충성도, 성분 등을 다 확인한다. 여기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정한 시험 제도가 있지만 북한은 그런 것이 없다. 결국 신분이 좋고 당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다.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나도 간부 양성 교육을 못 받거나 집안 배경이 불리하면 법조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구조다. 판사나 검사는 전부 임명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조선변호사법’이 있긴하다. 법 조문상으로는 변호사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변호사 시험을 통해 선발 안 하는 것으로 안다.

법조인의 역할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특히 우리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데 북한 변호사는 의뢰인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가깝다. 그래서 북한에서 변호사가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에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도 많기도 하다. 형사재판에서 변호사가 옆에 있긴 하지만 자백을 강요하거나 ‘당과 조국을 위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 식이다. 판사도 당에서 임명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에 따라 판단하는 역할보다 당의 이념·방침·지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변호사도 비슷하다. 개인의 이익이나 인권 따위는 북한 사회에서 중요하지 않다.

또 북한 변호사는 대부분 우리처럼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재판소 소속이라 월급 받는 형태로 (수당을 지급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임료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일단 전체적으로 북한 법조인 구조는 시험이 아니라 임명 방식이고, 개인 인권보다 국가·당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법조인의 역할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보면 된다.

-최근 대북 인터넷 방송 'KIS'(Korea Internet Studio) 대표로 취임했는데, 취임 계기와 방송이 추구하는 목표가 궁금하다.

북한 내부적인 요인으로 북한의 대부분 주민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지만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유학생·파견 근로자·무역 일꾼·탈북민 등은 모두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에 있다. 이들에게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각국 탈북민 정책, 한국·미국·영국·캐나다의 정착 제도 등 실용 정보를 제공하면 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그들이 북한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현재 북한 내부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 요즘 700만 개의 휴대전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 700만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통화 등은 하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외부 문화를 갈망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이를 통제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만들어 남한 드라마·영화·노래 시청이나 남한식 표현 사용을 처벌하고 있지만, 이미 외부 콘텐츠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리고 대외적으론 정부와 민간이 오랫동안 이어온 대북 심리방송·정보 유입 활동이 최근 모두 중단됐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국가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봤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북한 인권을 위해 힘쓰는 NGO의 지원을 중단했다. VOA(미국의소리)·RFA(자유아시아방송) 같은 대북 방송 예산도 끊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뜻이 있는 남한 출신과 북한 출신이 함께 인터넷 기반 대북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유트브, 인스타그램, 엑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영상을 정기적으로 올려 해외에 있는 북한 주민들이 언제든 접근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KIS 활동을 시작할 당시, 주변 탈북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일부 분들은 ‘편하게 살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걱정했다. 마땅히 해야될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다만 (대북 방송 관련) 현재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고, 현 정부의 기조와도 다르다. 최근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대북 방송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KIS는 우선 해외에 있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대북방송이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관계가 더 악화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단절된 것은 대북방송 때문은 아니다. 북한의 계속적인 핵개발과 무력도발 문제, 대북정책 등 정치외교의 문제, 국제정세 변화 등이 남북관계 악화 요인이다.

-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 요소가 얽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인식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오해가 심하다. 북한이라는 낯선 세상에 살았고 교육도 공산주의·사회주의 이념에 기초한 교육을 받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남한사람들이 봤을 땐 ‘어떤 사람일까’, ‘과거의 이념과 사상이 변할까’ 등의 생각으로 대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과거에 받은 반공 교육 등으로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면 인식이 바로 잡힌다. 나도 한국에서 20년 이상 살고 있지 않나. 학창시절 고등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중에는 ‘북한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뿔이 있는 줄 알았다’며 처음 조심스러워 하고 상당히 경계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편견과 오해를 모두 해소하는 경험도 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DNA를 가진 민족이고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금씩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탈북민이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우리 사회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에는 지금 3만 4000여 명의 북한 주민들이 와 있다.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인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입국자가 급증하다가 2009년에는 연간 3천명 정도 입국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 이후 접경지역 통제강화로 숫자가 줄어들다가 코로나19 시기에는 국내 입국자는 약 60~70명 정도였다. 최근은 1년에 200명 정도 수준에서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 인구 수 대비 국내 거주 탈북민 수는 0.1%도 안 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 있는 3만 4000여 명의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한국은 매우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이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한국으로 온다. 그래서 경쟁 구조인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탈북민을 품고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물론 탈북민들도 최선을 다해 정착해야 한다. 이들의 성공적 정착과 사회통합이 향후 한반도 통일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되리라 본다. 열린 마음과 자세, 따뜻한 격려로 이들의 정착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그런 격려들이 모여 한국 사회 안에서 ‘작은 통일’ ‘작은 평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upjs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