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세계선수권-다승-세계랭킹-승률 1위 가능
수잔티, 장닝, 야마구치의 기록에 도전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대통령이 인정한 '고트(GOAT)'
대통령이 축하할 정도이니 말 다했습니다. 배드민턴 세계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지난 11월 23일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호주오픈(슈퍼500)에서 올시즌 10번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단일 시즌 10회 우승은 여자선수 최초의 쾌거입니다(남자는 일본 모모타 겐토의 11회). 이에 다음 날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냥 잘한 게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극찬이 붙었죠. '새로운 역사'라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고트(Greatest Of All Time)'로 손색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최근 안세영을 둘러싼 고트 논쟁이 뜨겁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eddit)에도 글이 올라올 정도죠.

# 안세영은 미래완료형 '고트'
축구의 ‘펠레 vs 메시’, 농구의 ‘마이클 조던 vs 르브론 제임스’ 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가리는 고트 논쟁은 무용하면서도 재미가 있습니다. '무용하다'는 시대를 달리 하고, 개인마다 관점이 다른 까닭에 웬만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흥미는 있으니 ‘펠레 vs 조던’처럼 서로 다른 영역의 스포츠스타가 맞붙기도 합니다.
그런데 '메시 이전 펠레', '제임스 이전 조던'처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트가 군림하기도 합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은 어떨까요? 일단 전제가 필요합니다. 먼저 체력소모가 큰 현대 배드민턴에서는 단식과 복식 선수가 뚜렷이 구별됩니다. 예컨대 ‘배드민턴의 신’으로 불리는 박주봉 한국대표팀 감독은 복식 전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남녀구별이 있죠. 그러니까 안세영은 ‘여자’ 그리고 ‘단식’ 영역에서 ‘고트 지수’를 따져보는 것이 맞습니다. 영역을 조금 확대한다면 남녀 통합이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안세영의 고트 등극은 시기적으로는 ‘아직’이지만 행보는 이미 시작됐고, 2028년까지 차례로 완성될 확률이 높습니다.
# 현 고트랭킹 4위
당연하게도 고트의 척도로는 우승 횟수와 세계랭킹이 중요합니다. 우승은 대회위상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데,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월드컵-월드투어 등 다양합니다. 심지어 월드투어도 1000, 750, 500 등으로 급이 나눠지죠. 고트 논쟁에 참가하려면 최소 한 번은 1위에 올라야 하는 세계랭킹도 복잡합니다.
1위를 기록한 통산 기간, 연속 세계 1위 유지(이상 보통 주 단위), 나아가 시즌 1위(연도별)까지도 따집니다. 고려할 것이 참 많죠. 다행히 이런 수고를 대신하는 곳이 있습니다. ‘배드민턴랭크스’라는 곳인데, 자체적으로 대회, 랭킹, 업적이라는 3가지 영역을 만들어 각각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해 총점으로 고트 순위를 매깁니다. 1~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데, 11월 마지막 주 현재 안세영은 617점으로 여자단식 고트랭킹에서 전체 4위에 자리했습니다.
1,2위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영웅 수지 수산티(901점),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장닝(820점 중국), 3위는 카롤리나 마린(737점 스페인)입니다. 모두 은퇴했고, 안세영은 역대 최연소 톱5 진입자이기에 향후 ‘따라잡기’가 기대되는 것입니다. <표 참조>

# 올림픽 - 2연패를 넘어 3연패까지
안세영의 고트 등극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올림픽입니다. 4년마다 열리는 희소성에 최고의 권위를 갖췄기 때문이죠. 1992년 정식 종목이 된 배드민턴에서 여자단식 2연패는 장닝(2000. 2004년)밖에 없습니다. 남자도 ‘슈퍼 단’으로 불리며 고트로 인정받고 있는 린단(2008, 2012년, 중국)과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덴마크의 빅터 악셀센 2명뿐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 챔피언인 안세영이 2028년 LA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고트의 올림픽 요건을 충족하는 겁니다. 여기에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우승, 배드민턴 사상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드민턴 선수가 됩니다. 안세영은 ‘나이’에서 유리합니다. 장닝(75년생)과 린단(83년생)은 25세, 악셀센(94년생)은 27세에 각각 올림픽을 제패했습니다. 안세영이 더 어린 나이(23세)에 월계관을 썼기에 전망이 밝은 것이죠.
# 세계선수권은 ‘야마구치 밀어내기’
개인전 세계선수권은 올림픽보다 조금 수월합니다. 이 대회는 2005년 미국 애너하임 대회(14회)부터 올림픽 개최 연도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기에 기회가 많습니다. 여자 최다 우승기록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2021, 2022, 2025년)와 마린(2014, 2015. 2018년)의 3회입니다.
97년생 야마구치는 상대 전적 15승 15패로 중국의 천위페이(안세영 상대전적 14승14패)와 함께 안세영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선수입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3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지난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꺾었습니다.
배드민턴랭크스의 고트랭킹에서도 안세영과는 차이가 있지만 510점으로 7위에 올라있습니다. 현역선수로는 안세영에 이어 2위죠. 안세영이 명실상부 고트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야마구치가 은퇴하기 전까지 세계선수권에서는 야마구치의 추가우승을 저지하며 자신의 우승횟수를 늘려야하는 겁니다. 참고로 남자는 린단의 5회 우승(2006, 2007 2009 2011 2013)입니다. 안세영에게 기회가 많은 까닭에 남녀 통합 최다우승도 도전할 만합니다.

# 우승횟수, 세계랭킹, 승률 ‘수산티를 넘어라’
이밖에도 통산우승횟수, 세계 1위 유지기간, 승률 등이 고트논쟁의 자료로 소환됩니다. 그런데 이 영역은 통계가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개별 보도 및 주요 사이트마다 수치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심지어 AI도 복수의견이 있다고 답할 정도입니다.
배드민턴랭크스에 따르면 안세영은 국제대회 통산 45회 우승(주니어 9회 포함)으로 여자단식 부문 전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현역 선수 최다이고, 은퇴한 전설들을 포함해도 수산티의 53승(주니어 5회)에 이어 2위입니다. 지금 페이스라면 2026년 하반기 안세영의 기록 경신이 예상됩니다.
통산 세계랭킹 1위 기간은 안세영이 4위(119주-세계배드민턴연맹에는 121주)입니다. 1위 수산티(227주), 2위 타이쯔잉(214주, 대만)과는 격차가 있지만 3위 장닝(135주)은 2026년 상반기에 제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부분 수산티 극복에는 2년여의 세월추가가 필요합니다. 질적인 면을 보여주는 통산 승률도 안세영(84.4%, 401승74패)은 수산티의 88.8%(385승46패)에 도전하는데, 이제 전성기의 초반인 만큼 추월이 가능합니다(2025년 현재 94.44%).
# 안세영 패권시대의 즐거움
어느 종목이든 고트 즉, 역대 최고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올림픽 종목 중 국기 태권도와 한국이 사실상 세습왕조을 구축한 양궁을 제외하면, 한국산 고트는 흔치 않습니다. 과거 프로복싱의 장정구, 레슬링의 심권호,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박주봉, 핸드볼의 윤경신,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배구의 김연경 정도가 거론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경쟁국(?)의 강한 반론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안세영의 경우는 진짜 기대가 됩니다. 배드민턴 역사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수비력과 체력, 감동적인 플레이를 선보이죠.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팬이 많습니다. 여기에 숫자로도 역대 최고의 선수들을 능가한다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한국산 고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안세영이 차례로 고트 기록을 경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 될 듯합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