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TF 영상
연기 인생 70년의 '울림'...故 이순재에 쏟아진 ‘국민배우’ 추모 물결 [오승혁의 '현장']
25일 새벽 향년 91세 일기로 별세한 이순재 배우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0년 가까운 연기 열정에 추모객 발걸음 이어져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원로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원로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서울아산병원=오승혁 기자] 이날은 하늘도 요란했다. 천둥 번개가 치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새벽을 깨웠다. 그리고 안타까운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연기 인생 70년을 보낸 '국민 배우' 이순재는 25일 새벽 향년 91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하지만 추모객들은 쉽사리 그를 보내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오후 2시부터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고인은 환하게 웃는 영정 사진으로 추모객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울렸다. 배우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빈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다른 빈소의 유족들, 조문객들과 병원 직원들도 보였다.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의 드라마와 '한국인의 밥상'처럼 우리 정서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친숙한 배우 최불암의 이름이 리본에 적힌 근조화환도 눈에 띄었다.

'오승혁의 '현장'' 고인의 빈소를 찾아 추모 열기를 취재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등에서 다시 인기몰이를 하면서 방영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거침 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의 시트콤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현실 세계에서 영영 고인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그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에 무심코 켠 유튜브 앱에는 그가 환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시트콤 영상 썸네일이 등장했다. 유족이 사진을 정하기 전까지는 국화꽃 이미지로 표시되어 있던 장례식장 안내판에도 이순재 배우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걸렸다.

이어 고개를 돌리자 '영원한 며느리' 박해미, 배우 나문희 등 시트콤에서 이순재 배우와 연을 맺었던 이들의 근조화한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오는 12월 20일 결혼을 약속한 배우 신민아, 김우빈의 화환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배우 김용건, 하정우 부자의 조화도 사이 좋게 배우 선배의 별세를 추모하고 있었다. 현장을 지나던 수많은 이들은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은 '꽃보다 할배'와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사랑이 뭐길래' 등 전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의 출연작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방송인 박경림, 배우 이승기, 김성환, 코미디언 최병서 등의 조문 발걸음이 이어졌고 각계 각층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은 1934년에 태어나 1956년 연극 집단 '떼아뜨르 리브르'에 입단해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 대학 졸업 이후엔 연극인들과 함께 국내 최초의 동인제 극단 '실험극장'을 만들어 활동했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공부하던 시절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로 진로를 결정한 것이 그의 70년에 가까운 연기인생의 시작이다. 이후 KBS 개국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출연하며 TV 드라마에서도 활동을 이어갔으며, 1965년 TBC 개국과 함께 TBC 전속 탤런트가 된 그는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과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고도를 기다리며'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뿐만 아니라 예능 '꽃보다 할배'에도 출연하며 친숙한 이미지도 쌓아 올렸다.

국내에서 TV 드라마는 연극을 영상으로 생중계하는 것으로 여겨져 NG, 방송사고 등의 상황에도 연기를 계속 펼쳤던 초창기부터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맹위를 떨치는 오늘날까지 60년 넘게 방송에서 연기를 펼쳐왔다. 영화와 드라마 외에도 연극으로 꾸준히 무대에도 섰다.

지난 1월 열린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악화된 고인은 이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 활동을 취소하는 등 안정을 취해왔다. 결국 9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희정 씨, 아들 이종혁, 딸 이정은 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sh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