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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티띠꾼 시대!'...세계 여자골프 평정 '의미' [박호윤의 IN&OUT]
시즌 상금, 평균타수 부문 역대 최고 기록 경신
홀로 3승으로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 동시 수상
메이저 무관은 '옥에 티'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노 티띠꾼이 3개의 트로피와 롤렉스시계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부터 글레나 콜렛 베어트로피, 투어챔피언십 우승 트로피, 부상으로 받은 롤렉스시계, 올해의 선수 트로피./게티이미지.LPGA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노 티띠꾼이 3개의 트로피와 롤렉스시계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부터 글레나 콜렛 베어트로피, 투어챔피언십 우승 트로피, 부상으로 받은 롤렉스시계, 올해의 선수 트로피./게티이미지.L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바야흐로 세계여자골프계에 ‘티띠꾼 시대’가 도래했다.

현 세계랭킹 1위 지노 티띠꾼(22 태국)이 지난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장에서 끝난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 같은 태국의 파자리 아난나루칸을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총상금이 무려 1,100만 달러(약 159억원)이고 우승 상금도 400만 달러(약 58억원)에 달하는 ‘돈 잔치’에서 2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당연히 상금과 관련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올해의 선수 및 베어 트로피(평균 타수상)를 차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티띠꾼은 1966년 올해의 선수상이 제정된 이래 태국 선수로는 2018년 아리야 주타누간에 이어 두번째 수상자가 됐으며 2022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후 3년 만에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트로피를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투어챔피언십을 앞두고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 메이저대회인 AIG챔피언십 등 2승을 올린 야마시타 미유(일본)에 16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서 타이틀 수상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26언더파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정상에 올라 36위에 그친 야마시타를 압도했다.

또한 베어트로피 경쟁도 티띠꾼(68.877타), 넬리 코다(69.582타), 이민지(69.671타), 야마시타(69.802타) 등의 4파전 양상이었으나 결국 최종 68.681타로 티띠꾼이 베어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지난 2023년에 이은 두번째 수상이다. 특히 68.681타는 역대 최고의 골퍼로 공인받고 있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2년에 세웠던 난공불락의 68.696타를 23년만에 갈아치운 역대 최저타 기록이며 시즌 평균 69타 미만의 기록으로 베어트로피를 수상한 세번째 선수가 됐다. 이전에는 2002년의 소렌스탐과 2022년 리디아 고(68.99타)가 있었다.

이로써 지난 2022년 투어에 데뷔한 티띠꾼은 올해까지 총 5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데뷔 시즌 롤렉스 신인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3, 25년 베어트로피, 2024년 Aon 리스크 리워드챌린지, 그리고 올시즌 올해의 선수상 등이다.

지노 티띠꾼(왼쪽에서 두번째)이 우승 확정 직후 캐디와 스태프 등으로 부터 샴페인 세계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AP.뉴시스
지노 티띠꾼(왼쪽에서 두번째)이 우승 확정 직후 캐디와 스태프 등으로 부터 샴페인 세계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8월 초, 72주간 세계 톱 자리를 지키던 넬리 코다(미국)를 2위로 끌어 내리고 롤렉스 랭킹 1위에 올라섰던 티띠꾼의 올시즌은 특유의 꾸준함 그 자체였다. 지난해 7승을 몰아친 코다의 압도적 퍼포먼스에는 못미치지만 무려 29명의 서로 다른 우승자가 나온, 전에 없는 춘추전국시대 분위기에서 2승의 야마시타 미유와 함께 단 두 명의 멀티플 위너이자 3승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다.

티띠꾼은 올해 상금과 관련해 여러가지 기록을 경신했다. 그가 벌어 들인 올시즌 상금 총액은 757만8,330달러. 이는 지난해 자신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연간 최다 상금 기록(436만달러)을 경신하면서 세웠던 605만9,309달러를 무려 150만 달러 이상 능가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와 함께 투어 데뷔 4시즌 만에 통산 상금 1,736만여 달러를 벌어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1,7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로 기록됐으며 생애 통산 상금 1위인 소렌스탐의 2,258만여 달러에 521만여 달러 차로 접근, 1~2년 내 추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렇듯 티띠꾼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또 투어 4년차라는 많다고 할 수 없는 경력임에도 엄청난 상금 관련 대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이것이 그의 능력을 나타내는 적확한 지표라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상금이란 시대 별로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더구나 최근 세계 남자골프 시장에서 LIV골프의 등장에 따른 ‘상금 인플레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됐고 그 여파로 LPGA투어 상금도 전에 없이 파격적으로 증액된 효과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 중 US여자오픈과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은 상금이 무려 1,200만 달러에 달하고 투어챔피언십이 1,100만달러, 그리고 나머지 3개의 메이저대회도 800~975만달러나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몇 년 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지난해 7승을 올렸던 코다를 제치고 2승의 티띠꾼이 상금 1위에 올랐던 것에서 보듯, 또 이제 고작 4년차에 7승을 거둔 선수가 1~2년 뒤 쯤 통산 72승(메이저 10승)을 거둔 대선수의 통산 상금 기록을 넘어 선다 한들, 단순 비교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준우승을 차지한 파자리 아난나루칸(오른쪽)이 6번홀에서 이글 퍼팅을 성공시킨 뒤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아난나루칸은 포인트 순위 60위로 막차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으나 2위라는 생애 최고 성적으로 45위까지 순위가 올랐다./AP.뉴시스
준우승을 차지한 파자리 아난나루칸(오른쪽)이 6번홀에서 이글 퍼팅을 성공시킨 뒤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아난나루칸은 포인트 순위 60위로 막차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으나 2위라는 생애 최고 성적으로 45위까지 순위가 올랐다./AP.뉴시스

따라서 티띠꾼의 평가는 단순한 상금 기록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평균타수를 보자. 평균타수상인 베어트로피의 역대 수상자를 보면 거의 당대 1인자들이다. 소렌스탐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간 평균타수 1위였다. (이 중 2003년과 2004년에는 규정 라운드를 채우지 못해 박세리와 박지은이 각각 베어트로피 수상자가 되긴 했었다.)

이후 로레나 오초아 역시 2006년부터 4년 연속 이 타이틀을 독차지했고 2010년 부터는 소렌스탐과 오초와 같은 장기 집권자는 없었으나 쩡야니(대만), 박인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고진영, 아리야 주타누간 등 한결같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인물 일색이다. 즉 베어트로피는 1인자의 지표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티띠꾼이 지난 2023년에 이어 또 다시 베어트로피 수상자가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티띠꾼은 69.33타로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했으나 규정 라운드 미달로 수상자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3년 연속으로 가장 좋은 타수를 기록했다 해도 틀림이 없다.

또한 티띠꾼은 꾸준함의 상징이다. 올해 20개 대회에 출전해 14개 대회에서 톱10을 기록, 무려 70%에 달하는 톱10율을 보였다. 루키 시즌이던 2022년에도 16차례나 톱10에 드는 등 지난 4년간 총 84개 대회에서 55회의 톱10을 기록했다. 어떤 선수는 연중 한번도 들기 힘든데 65.5%로 세 번 출전하면 두 번은 톱10에 든다는 말이다.

또 티띠꾼은 올해 무려 8개 대회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마크하는 등 60대 타수만 45회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들이 범접하기 힘든 수치다. 각종 지표도 티띠꾼의 능력을 대변한다. 파3 평균타수가 2.89타, 파4는 3.96타, 그리고 파5는 4.57타를 기록, 모두 1위다. 코스나 파에 상관없이 고르게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드라이빙 비거리는 268야드 정도로 33위에 랭크돼 길지도, 짧지도 않고, 페어웨이 키핑율는 74.01%로 46위지만 정확한 아이언과 퍼팅으로 승부를 가른다. 그린적중률 76.17%로 3위, 평균퍼팅 1.70타로 1위에 올라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남는다.

티띠꾼(오른쪽)이 우승 직후 어린이 팬의 셀카 요청에 응하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티띠꾼(오른쪽)이 우승 직후 어린이 팬의 셀카 요청에 응하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티띠꾼은 투어 데뷔 4년만에 세계 최고 선수로 우뚝섰지만 일찌감치 부터 남다른 기량을 과시,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한껏 받았다. 아마시절이던 2017년 유러피언여자투어 타일랜드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연소인 14살 4개월 19일에 정상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으며 정식으로 유러피언투어에 데뷔한 2021년에는 2승과 함께 준우승 3회, 톱10 9회 등으로 상금왕과 동시에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비멤버 자격으로 출전했던 5개의 LPGA투어 대회에서는 모두 컷오프를 통과했을 뿐 아니라 4개 대회에서 톱5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중 혼다LPGA와 트러스트골프 위민스스코티시오픈에서는 각각 2위에 오름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티띠꾼은 올해 명실상부 세계랭킹 1위로서 올해의 선수상, 베어트로피, 2년 연속 상금 1위, 유일한 시즌 3승, 투어챔피언십 2연패, 70%에 달하는 톱10 비율 등 모든 것을 이룬 듯하지만 채우지 못한 한가지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신의 통산 7승 중 메이저 타이틀이 없다는 점이다. 티띠꾼은 올해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보직전까지 갔으나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짧은 버디를 놓쳐 이글을 잡아낸 그레이스 킴(호주)에게 연장을 허용했고 결국 분루를 삼켰던 것이다. 티띠꾼은 올해 단 한번 컷오프를 당한 대회가 US여자오픈이고 쉐브론챔피언십(공동 24위)과 AIG챔피언십(공동 30위)에서 중위권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시즌에는 좀 더 메이저대회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티띠꾼은 샷의 완성도, 일관성, 코스의 지배력 등 여러 면에서 현재 최강의 자리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흔들림 없는 안정감으로 ‘이기는 골프’를 구현하고 있어 앞으로 더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메이저를 제패하는 순간이 명실상부 티띠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띠꾼(오른쪽)이 우승 직후 어린이 팬의 셀카 요청에 응하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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