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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카이치 ‘비핵3원칙 재검토’ 파장...‘강한 일본’ 행보 어디까지 [이우탁의 인사이트]
대만 유사시 日존립위기’ 발언으로 中과 갈등 격화 이어 동북아 정세 흔들어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3원칙’ 재검토 시사 발언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과 함께 그의 ‘안보성향’을 잘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은 경주APEC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맨 왼쪽) 일본 총리./APEC 2025 KOREA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3원칙’ 재검토 시사 발언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과 함께 그의 ‘안보성향’을 잘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은 경주APEC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맨 왼쪽) 일본 총리./APEC 2025 KOREA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미국 핵우산으로 억지력을 얻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한 발언이다. 그때는 총리가 되지 않아 파장이 제한적이었지만 지난달 총리가 된 직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표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은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1967년 12월 일본 국회 답변에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고,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60년 가까이 이어온 방침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2022년 말 3대 안보문서 개정판에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한다는 기본 방침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그러니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비핵3원칙 가운데 ‘비제조’와 ‘비보유’는 유지하되 유사시 미국의 핵 억지력을 활용할 수 있는 ‘비반입’을 재검토하겟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은 핵폭탄의 유일한 피해국으로서 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핵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수준이 초보수준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미국이 먼저 핵개발에 성공했고,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된 뒤 일본은 무조건 항복하고 만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이후 철저하게 미일 동맹의 하부구조로 편입된다. 특히 미국의 핵우산을 토대로 안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제재건에 주력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핵야망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A급 전범인데 사형되지 않았던 기시 노부스케 일본 총리는 1957년에 국회 답변 과정에서 "현행 헌법 아래서도 자위를 위한 핵보유는 용인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정부에 "방위상 핵무장 필요에 쫓기게 되면 일본은 핵무장을 한다"는 비공식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는 외교문서들이 나중에 공개되기도 했다.

일본이 당시 극도로 의식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신장위구르의 사막지대에서 농축 우라늄 핵실험에 성공했는데, 그때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진행하고 있었으니 그 충격은 엄청났다. 그해 12월 사토 총리는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 미국 대사에게 "타인이 핵을 가지면 자신도 가져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핵야망이 꿈틀거리자 미국은 이를 막기위해 더욱 확고한 '핵우산 공약'을 제공한다. 1969년 1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사토 총리는 긴급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일본은 미국이 오키나와 미국 군기지에 핵무기를 반입하거나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오키나와를 통과하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은 오키나와에서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한다는 핵밀약을 체결한다.

이 밀약 후 일본이 내놓은 것이 바로 ‘비핵3원칙’이다. 미국은 일본에게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수준의 특혜를 부여했다. 바로 미·일 원자력 협정인데, 1988년 7월 30년 기한으로 발효됐다. 이 협정을 보면 일본은 핵무기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과 우라늄 연료 농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현재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 핵능력’을 거의 보유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탄도미사일 분야에서도 최고수준의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3원칙’ 재검토 시사 발언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과 함께 그의 ‘안보성향’을 잘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강한 일본’을 지향하며 미국과 밀착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다카이치 색채’가 도드라질수록 중국은 더욱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나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터진 다카이치의 발언은 동북아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3원칙’ 재검토 시사 발언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과 함께 그의 ‘안보성향’을 잘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은 경주APEC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맨 왼쪽) 일본 총리./APEC 2025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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