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최저가 주유소 자리’가 500억 땅으로

[더팩트|서울 역삼동=오승혁 기자] "돈 많은 사람들이야 많죠. 그런데 그 돈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저렇게 소문난 땅을 500억원 주고 산 다음에 세무조사 받고 그걸 다 감당하겠어요?"
"저기가 원래 역삼동에서 제일 싼 주유소 있던 자리인데 그 주차장으로 바뀌었죠. 뭐 다시 내놓는다고 해도 매매는 어려울 것 같고 앞으로도 저기서 주차장으로 현금 장사 계속할 듯 싶은데요."
19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유료 주차장을 찾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본인이 대표로 있는 ㈜엔에스제이피엠 명의로 2021년 300억원에 매입한 곳이다.
맥라렌, 벤츠 마이바흐, 포르쉐, 페라리 등의 차량을 돌려 타며 '슈퍼카'를 애정하는 것으로 유명한 남 변호사는 마치 '덕업일치'(좋아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하는 경우)를 해낸 것처럼 이 땅에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당 6000원, 월 정기권 25만3000원인 해당 주차장은 평일 낮에도 40칸 중에 빈자리 하나 없이 만석을 유지했다. 매달 말 재결제를 통해 월 정기권 이용자를 받는다는 이 주차장의 관계자는 "정기권 빈 자리가 없다. 지금은 꽉 찼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빌딩숲 사이에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이 주차장은 무인 카드결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차장과 건물이 닿아있는 공간에는 각종 건설자재가 쌓여있고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철제 가림막으로 경계가 구분되어 있어 을씨년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주차장에서 2차선 도로로 나와 50m 남짓만 직진하면 역삼역, 강남역, 양재역 등으로 가는 사거리가 나오고 주거, 상업 등의 여러 건물들이 주변을 모두 채우고 있어 이 땅은 시가 500억원에 달한다.
만일 거래가 이뤄진다면 남 변호사는 4년 만에 2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해당 토지의 매매는 힘들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이 지역에 거래가 없어진 지 오래 됐다"며 "돈 많은 사람들은 많지만, 500억원 땅을 살 수 있는 재력가 중에 누가 굳이 안 좋은 이슈로 연일 입에 오르 내리는 땅을 사서 더 강도 높은 세무조사 등을 다 견디겠냐"며 팔기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데 섣불리 저 땅을 사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앞으로도 남 변호사가 저 땅에서 주차장을 하면서 돈을 벌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검찰이 최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를 포기하자 남 변호사 측은 검찰이 추징보전으로 동결시킨 500억원 가치의 부동산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추징보전은 범죄수익 은닉을 막고자 판결 전까지 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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