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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권요? ‘투똘스’라는 사람이 있네요 [유병철의 스포츠렉시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
2025년 왕성한 활동 ‘투사가 된 똘똘이 스머프’
유망한 젊은 교수에서 관료, 그리고 투사로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특강을 자주 한다. '스포츠와 인권'이라는 책도 낸 바 있다. 사진은 최근 한 단체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 김현수 제공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특강을 자주 한다. '스포츠와 인권'이라는 책도 낸 바 있다. 사진은 최근 한 단체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 김현수 제공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시쳇말로 빵 터졌습니다. 2025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현수(47)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후, 그와 가까운 정용철 교수(서강대,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에게 짧은 인물평을 요청했습니다. 거의 노타임으로 나온 답이 ‘투똘스’였습니다. 투사가 된 똘똘이 스머프. 스포츠 인권에 대해서는 타협을 모르는 그의 진지함, 마냥 순수해 보이는 큰 눈망울과 잘생긴 외모, 그리고 그의 경력까지 모두 담은 절묘한 표현이었으니까요. 이번 주 '스포츠렉시오'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체육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김현수 위원장을 다룹니다. 바로 ‘스포츠와 인권’ 이야기입니다.

# 지난 11월 8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요지는 ‘우연히 밤 12시 분당의 한 학원가 풍경을 봤는데, 일반학생이 밤 12시까지 공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학생선수가 하루에 특정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은 학대인가’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복수의 미디어가 이를 보도했고, SNS 상의 공감지수도 높아보였습니다. 유 회장이 저격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인물이 김현수 위원장일 겁니다. 이것부터 의견을 들었습니다.

체육계에서 크게 이슈가 됐던 바로 그 사진. 지난 7월 김현수 집행위원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고발 직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체육시민연대 제공
체육계에서 크게 이슈가 됐던 바로 그 사진. 지난 7월 김현수 집행위원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고발 직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체육시민연대 제공

# "유승민 회장은 시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입니다. 학생선수는 밤 12시든 새벽 1시든 개인훈련을 얼마든지 해도 되지요. 왜? 자발적인 활동이니까요. 문제는 지도자가 진행하는 즉, 개인의 선택권이 배제된 훈련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학업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김현수 위원장은 유승민 회장의 주장을 케케묵은 선동으로 규정했습니다. "유승민 회장의 글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무력화하려는 사람들의 오래된 논리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는 반복입니다. (유 회장이 언급한) IOC사례도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운동부족 문제에서 나온 것이죠. IOC, 유니세프 등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스포츠로 인한 아동학대와 조기소진에 대해 엄격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언급하지 않아요. 이렇게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이 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논리가 명쾌하고, 발언수위는 아주 높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럴까요? 그는 원래 체육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중고교 및 학부까지 놀 건 미리 다 놀아본 까닭인지 대학원 시절부터는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논문 쓰는 게 즐거움이었죠. 자랑 하나 하자면, 석사 3학기 때 등재지에 논문을 처음 게재했는데, 이후 40편 가까이 되는 논문심사에서 한 번도 탈락한 적이 없습니다. 이른 나이에 한국체육철학회의 학술이사를 맡았고, 몇몇 논문이 검색사이트에서 상위 5% 이내로 표기될 때 아주 뿌듯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29세에 대학강의를 시작했고, 34세에 전임교수가 됐을 정도로 전도가 유망한 젊은 학자였습니다.

2024년 8월 MBC TV의 탐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에 출연한 김현수 집행위원장. 그는 명실상부 스포츠 인권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 MBC TV 화면 캡처
2024년 8월 MBC TV의 탐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에 출연한 김현수 집행위원장. 그는 명실상부 스포츠 인권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 MBC TV 화면 캡처

# 스포츠 인권 전문가로의 변신은 2019년 2월이었습니다. 2018년 체육계 미투 열풍이 불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김현수 교수는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아 조사단장으로 임명됐고, 3년을 활동했습니다. "체육계 인권 문제를 전수조사했습니다. 조사단 전체가 정말 열심히 일했고, 나름 성과도 있었죠. 2020년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까닭에 더욱 그렇습니다." 끊고맺음이 분명한 그는 ‘단장’으로 ‘어공’이 되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 인권에 확실한 소신을 지녔고, 인생을 건 것이죠.

# 이 대목에서 꼭 집어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조사단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질문이죠. 2025년만 해도 중학교 씨름선수 삽자루 폭행사건, 철인3종 성폭력 은폐사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칼부림 사건, 피겨스케이팅 아동학대, 링 위에서 뇌사상태에 빠진 중학생 복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지도자의 불법 해임 등 끔찍한 체육계 인권침해 사고가 계속됐습니다.

"문제가 터지면 정부나 체육단체가 반사적으로 내놓는 대책들은 근 20년 이내에 다 나왔던 것들입니다. 체육계 인권문제는 구조적으로 50년이 넘었고, 개선 노력 후에도 20년이 지났죠. 그런데 문제는 여전합니다. 이유는 명백합니다. ‘실효성’ 부족이죠. 정책이 있고, 규정이 있고, 법도 있고, 이제는 예산과 인력이 있는 스포츠윤리센터(2020년 8월 출범)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해결책을 말하기 이전에 정부나 체육단체의 관계자들이 진정성 있는 실천력을 갖춰야 합니다. 여기에 체육시민연대의 가장 큰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고요."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요청하니, 왼쪽 사진을 보내왔다. 너무 딱딱해 보인다는 말에 두 번째 사진이 도착했다. 두 사진 모두 김현수 집행위원장이 인권위에서 퇴직했을 때 ''백수가 됐으니 취직하려면 프로필사진부터 찍으라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요청하니, 왼쪽 사진을 보내왔다. 너무 딱딱해 보인다는 말에 두 번째 사진이 도착했다. 두 사진 모두 김현수 집행위원장이 인권위에서 퇴직했을 때 ''백수가 됐으니 취직하려면 프로필사진부터 찍으라"고 해서 거금 15만 원을 주고 찍었다고. / 김현수 제공

# 2022년 인권위에서 임기를 마친 후 그는 1년을 온전히 쉬었다고 합니다. 이후 대학강의, 인권 특강, 칼럼 연재, 관련기관 자문, 인권강사 양성, 저술 등 스포츠 인권 전문가로 활동했는데 2024년 체육시민연대의 집행위원장 제의를 받고 수락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와 유가족들에게 개인적으로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체육계 최초의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2002년 설립)라면 할 일이 있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과거 집행위원장님들은 대부분 교수 출신이라 체육계의 구조적 부조리를 포착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저는 교수 출신이면서, 국가인권위원회 관리자 경험이 있어 직접적으로 국회, 언론, 관련 부처와 협력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체육시민연대가 ‘역대급’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수 집행위원장은 향후 활동이 더 기대되는 체육계 인사입니다. 그런데 교수직을 내려놓았던 까닭에 먹고사는 문제가 우려됐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일에 열중하면 집에서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하하 가족을 굶긴 일은 없습니다. 지금 잠시 돈을 잘 벌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면 집에서 ‘갈굼’을 당해도 당연하죠(웃음). 사업 수완이 좋은 아내 덕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습니다. 집에서 말을 잘 들으면 됩니다. 오히려 제가 하고픈 일에 전념할 수 있으니 저야 좋습니다."

주변을 탐문하니 김현수 위원장은 학창시절 나름 동네(포항)에서 꽃미남이었다고 합니다. 여학생들로부터 사귀고 싶다는 연애편지를 수도 없이 받았고, 휴대폰이 없던 시절 집으로 전화가 많이 와 부모가 전화번호를 세 번이나 바꿨다고 합니다. 잘생긴 똘똘이 스머프가 스포츠 분야 최고의 인권투사가 된 건 확실해 보입니다.

김현수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외에 각종 사회 및 정치분야 일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전임 집행위원장인 홍덕기 교수(경상대, 오른쪽)와 올초 찬탄집회에 참석한 모습. / 김현수 제공
김현수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외에 각종 사회 및 정치분야 일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전임 집행위원장인 홍덕기 교수(경상대, 오른쪽)와 올초 찬탄집회에 참석한 모습. / 김현수 제공

김현수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외에 각종 사회 및 정치분야 일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전임 집행위원장인 홍덕기 교수(경상대, 오른쪽)와 올초 찬탄집회에 참석한 모습. / 김현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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