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골적 도발’ 규정하며 日압박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항상 경종을 울리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13억 중국인들은 분발해 강성해질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산둥성 갑오전쟁(1894년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청일전쟁을 가르키는 중국식 표현)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런 말을 했다. ‘역사의 교훈’은 청일전쟁의 패배라는 치욕과 연결된다. 당시 동양 최강의 함대로 불렸던 중국의 북양함대는 1894년 ‘황해 해전’에서 일본의 연합함대에 패배해 궤멸당했다.
중국인들은 청일전쟁 이후 제국주의 침략이 가속화됐다고 인식한다. 그러니까 시 주석은 ‘치욕의 역사’를 잊지말고 해양강국, 나아가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강국으로 성장해 ‘설욕의 역사’를 실현하자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중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그 양상이 갈수록 태산이다. 특히 중국이 ‘핵심중의 핵심 이익’으로 생각하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어서 갈등이 완화되기는커녕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미일 동맹을 최우선하는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등장하면서 중일 관계의 향방이 관심이 쏠린 시점에 열린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다카이치 총리는 이와 별도로 린신이 대만 총통부 선임고문과도 만났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귀국 후인 지난 7일 중의원 답변에서 "대만 유사 사태 시 자위대 투입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발언까지 했다.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라는 상황이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요건인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대만 문제에 있어 철저하게 미국과 보조를 맞춘 이 발언은 과거 ‘식민지 굴욕사’를 잊지 않은 중국을 한껏 자극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13일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쑨 부부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노골적 도발’로 규정한 뒤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비난했다. 그는 "80년 전 중국 인민은 14년의 혈전을 거쳐 일본 침략자를 물리쳤다"며 "오늘날 어떤 세력이든 중국의 통일 대업에 간섭하려 든다면 중국은 반드시 정면으로 대응할 것"이거나 "모든 후과는 일본이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도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타죽을 것"이라는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 관영언론에는 더 자극적인 표현들이 등장했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루차오 랴오닝대 연구원을 인용해 "중국을 자극하는 데 있어 '레드라인'을 넘어선 안되고 일본이 감당할 수 없는 중국과의 전쟁으로 밀어붙여서도 안된다"고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에 극도로 분노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심지어 쉐젠(薛剣)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거나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극언을 쏟아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반발과 일본내 일부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3일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은 중국공산당이 주창한 민족 통일전선 기치 아래, 강철 같은 의지로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위대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중 패권대결 와중에 미국의 핵심동맹국인 일본이 ‘대만 문제’를 고리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은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갈수록 꼬여가는 중일 관계는 ‘잊을 수 없는 역사적 경험’까지 더해져 앞으로 상당기간 동아시아 상공을 어둡게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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