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정부 정책 방향과 궤 같이 하는 사업"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도 전에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소유인 에쓰오일의 9조원이 넘은 대규모 투자로 원유에서 곧바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하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업계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의 설계·구매·건설(EPC) 공사가 85%를 넘어섰다. 2026년 6월 기계적 완공이 목표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시설(TC2C), 스팀 크래커(에틸렌 생산시설), 저장 설비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7년 상업 가동 이후 에틸렌(180만톤), 프로필렌(77만톤), 부타디엔(20만톤), 벤젠(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그중 에틸렌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 HDPE 44만톤)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통상 기존 석화 기업들은 원유를 들여와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복잡한 공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TC2C는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적인 방식 대비 간소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이 기존 설비에 비해 3~4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에틸렌 감축'이라는 정부 구조조정 목표와는 충돌한다는 점이다.

정부과 업계는 지난 8월 자율협약식을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25% 감축을 뼈대로 하는 구조개편 방향을 밝혔다.
산업부는 석유화학업계의 자율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총 270~370만톤(잠정) 규모의 NCC를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이 추진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 설비 규모를 포함하면 전체 석화 설비 1470만톤의 18~2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주요 석화업체들의 대형 NCC는 주로 100만∼130만톤 규모인 만큼 이번 목표량은 약 3개 NCC를 줄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때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8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에쓰오일 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한다.
다른 기업들은 NCC 통폐합을 통해 생산량을 줄일 것을 요구받는데 에쓰오일이 낮은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생산량을 늘려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차별화된 공정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다같이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며 "낮은 원가 경쟁력과 최신 설비 효율성을 앞세워 에틸렌 물량을 국내로 쏟아내면 다른 기업들은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연말 구조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산단에서는 통폐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은 같은 산단에 위치한 HD현대케미칼과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합작사의 지분은 양사가 비슷하게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가 정부 정책에 역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정부 주도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목적은 노후 저효율 설비 감축과 고효율 설비 중심의 산업 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한다"며 "샤힌 프로젝트는 정부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사업으로 차별화된 공정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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