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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한 몸집, 좁아진 출구"…글랜우드PE, 'PMI 리스크' 커지나
사모펀드 규제 강화 예고…PE 보수적 움직임 전망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의 인수 후 통합(PMI)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랜우드PE 홈페이지 갈무리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의 인수 후 통합(PMI)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랜우드PE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윤정원 기자] 외연 확대 흐름을 이어온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가 잇따라 강화되는 가운데, 글랜우드PE의 주력 전략인 인수 후 통합(PMI)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 PMI 강자, 외연 확대 속도 높이는 글랜우드PE

글랜우드PE는 올해 들어 외연 확장 속도를 높여왔다. 지난 7월에는 3호 블라인드펀드를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조기 마감했다. 올해 초 펀딩 작업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으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파빌리온캐피탈 등 해외 기관투자자(LP) 비중도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들마켓 바이아웃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과거 거래에서도 글랜우드PE의 PMI 전략 성과가 확인된다. 글랜우드PE는 2021년 올리브영 지분 약 22.56%를 약 4 100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강화 등을 진행한 뒤 2024년 3월 해당 지분을 약 7800억원에 매각했다. 내부수익률(IRR)은 30%를 기록했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20년 PI첨단소재를 6089억원에 인수한 뒤 2024년 1조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티·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 전략을 펼쳤고, 다양한 신제품 출시에 힘썼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19년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을 약 3127억원에 인수한 뒤 2023년에 약 5904억원으로 매각, 이 또한 두 배 가까운 차익을 냈다. 투자 기간 약 4년 동안 IRR은 20%대 중반으로 평가됐다.

글랜우드PE가 지난해 2월 4024억원에 사들인 SK피유코어(현 피유코어)도 PMI가 한창이다. 글랜우드PE는 인수 후 피유코어의 핵심 사업인 폴리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있다. 이달 4일에는 피유코어 광학소재사업부를 글로벌 아이웨어 기업 에실로룩소티카에 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확보된 자금은 피유코어의 핵심 수익원인 폴리올 제조 부문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 과거 전략은 통했지만…달라진 시장 환경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단순히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감독당국이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사모운용사 현장점검 횟수를 늘렸고, 인수 금융의 레버리지 비율, 내부 통제, 이해상충 구조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욱이 글랜우드PE가 주로 활용해온 카브아웃(Carve-out) 방식은 애초에 공정이 복잡하다. 대기업에서 분리된 조직은 독립 운영 경험이 부족해 회계·인사·IT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ERP 교체는 통상 12~18개월 소요된다. 일정이 지연되면 인수 후 성과 창출 시점도 뒤로 밀리면서 펀드 수익률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레버리지 비율 제한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부채 비율이 5배에서 4배로 낮아질 경우, 동일 인수 가격에서도 IRR이 2~3%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시트(Exit·자금회수)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내 IPO 시장은 최근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IPO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IPO 기업은 지난 2023년 82개사, 2024년 77개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는 56건의 IPO가 진행됐다. 전략적 투자자(SI)의 인수 의사도 금리 부담과 보수적 재무 기조 탓에 줄었다. PMI 완료 시점이 조금만 미뤄져도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PMI는 최소 2~3년은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전략인데, 규제가 강화되면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조금만 지연돼도 IRR이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운용사들이 훨씬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규제 속에서도 남은 기회…"새로운 PMI 제시 필요"

감독당국은 사모펀드 인수·운영·회수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내부 통제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 규정은 이미 제도화 단계에 들어섰고, 추가 규제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관리가 아니라 사실상 '운용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PMI 전략을 중심에 둔 운용사에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카브아웃 시장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사업 재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빠르게 거래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규제 대응 비용, 통합 일정, 회수 시점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랜우드PE가 조성한 대형 펀드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그러나 투자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기존 PMI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확장 이후 성과를 보여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의 PMI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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