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첫 톱10 등 최근 상승세
20위권 언저리면 장담 못해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이번 주 골프 팬들의 시선은 윤이나(22)에게 쏠릴 듯싶다. 과연 그녀가 LPGA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느냐 여부 때문이다. 투어챔피언십이 상금 1,100만달러(약 158억원)를 걸어 놓고 연중 성적을 합산해 60명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대회라 그렇기보다는 팬들 입장에선 상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내 1인자 출신 선수가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 지 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 탓일 게다.
실로 험난한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윤이나가 과연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윤이나 입장에선 ‘건곤일척’의 승부수다. 무대는 14일부터 미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칸골프클럽에서 시작되는 ‘더 아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릿지’(이하 더 아니카). 명예의 전당 멤버이자 역사상 최고의 여성골퍼로 공인되고 있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최하는 대회이며 메이저 타이틀을 제외하면 투어에서 4번째로 많은 325만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는 특급 이벤트다. 상금도 상금이려니와 이 대회를 통해 투어챔피언십 출전 선수 60명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 상, 하위권 선수들 모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 대회서만 세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던 세계 랭킹 2위 넬리 코다가 6주 만에 다시 투어에 복귀하고 세계 랭킹 1위 출신 3명(코다, 박성현, 릴리아 부), 올시즌 메이저 챔피언 4명을 포함한 각 대회 우승자 18명 등 세계랭킹 톱 25위 중 15명이 출사표를 던졌을 만큼 필드가 뜨겁다. 반면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지노 티띠꾼과 4위 리디아 고, 5위 이민지는 최종전에 대비해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한국의 김효주와 김세영도 같은 이유로 결장한다.
참가 선수들 중 현재 가장 마음을 졸이며 초긴장 상태에 있는 부류는 최종전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채 커트 라인 언저리에 몰려 있는 그룹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윤이나도 그 중 한 명이다. 윤이나는 지난주 토토재팬클래식에서 데뷔 첫 톱10에 올라 4단계를 끌어 올린 순위가 63위. 아직 세 명 이상을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 CME 포인트 순위(58~66위)
58 제니 신(한국) 505 59 웨이링 쑤(대만) 498 60 캐시 포터(호주) 479
61 바바 사키(일본) 473 62 브룩 매튜스(미국) 457 63 윤이나(한국) 456
64 나탈리아 구세바 449 65 로빈 초이(호주) 443 66 걸린 카우어(미국) 419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KLPGA투어 1인자 출신이 우승이나 타이틀 경쟁이 아니라 투어챔피언십 출전을 위한 60위 자리를 놓고 마음을 졸이며 경우의 수까지 따질 줄이야.
그렇다면 과연 윤이나는 ‘더 아니카’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려야 최종전 초청장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커트라인인 60위(캐시 포터, 479점)에 23점 뒤진 채 63위에 랭크돼 있는 윤이나 입장에선 우선 무조건 컷오프를 통과한 뒤 24점이 주어지는 31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단 이 경우는 포터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포인트를 하나도 얻지 못한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보다 앞서 있는 바바 사키(일본), 브룩 매튜스(미국) 등이 포인트를 얻는다고 가정하면 이 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올려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윤이나는 ‘더 아니카’에서 일단 톱10 이내의 성적을 올려야 확률이 높아진다. 10위에게는 75점이 주어지는데 그럴 경우 530점을 넘겨 57위권으로 순위가 상승, 다른 경쟁자들이 어느 정도의 포인트를 얻는다 해도 투어챔피언십 출전이 가능해 진다. 5~7위권에 든다면 확률은 100% 가깝다.

그러나 반대로 그렇지 못할 경우는 머리가 복잡해 진다. 20위(45점) 정도에 그친다면 현재 순위 59위권이라 경기 내내 리더 보드의 경쟁자들 순위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가히 피를 말리는 상황이다.
다행히 윤이나는 최근 비교적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지난달 초 아시안스윙이 시작되기 전, 포인트 순위 80위에 머물러 기대난망이던 윤이나는 뷰익LPGA상하이에서 공동 26위, 한국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공동 24위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메이뱅크챔피언십에서 공동 11위로 시즌 최고 성적을 올린 데 이어 지난 주 토토재팬클래식에서 데뷔 첫 톱10의 기쁨을 맛본 바 있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이렇듯 살 떨리는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최근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LPGA투어에 진출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루키 시즌부터 막바로 톱 클래스 자리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우수성을 떨친 바 있다.
2006년부터 3년간 KLPGA투어의 대상 및 상금왕을 3연패했던 신지애는 2009년 LPGA투어에 데뷔하자 마자 첫 해 3승을 올리며 신인왕과 동시에 상금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고, 신지애의 바톤을 이어 받아 2009년 국내 상금왕과 대상을 거머쥐었던 서희경도 LPGA무대 첫 해였던 2011년 US여자오픈 준우승 등으로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3년간 국내 무대 1인자 자리에 올랐던 이보미와 김하늘은 미국 대신 일본투어를 선택해 뛰어난 기록을 남긴 바 있기도 하다.

2013년 장하나를 시작으로 김효주(2014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 고진영(이상 2016년), 이정은6(2017, 18년), 최혜진(2019, 20년) 등 K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대상을 평정했거나 둘 중 하나를 수상했던 선수들은 예외없이 LPGA투어에 도전했고 모두 성공했다. 특히 박성현은 2017년 US여자오픈과 CP위민스오픈 등 2승을 올리면서 신인왕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고 1년 앞선 2016년에는 전인지가 신인왕과 베어트로피를 동시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골프의 위세가 대단했었다.
또한 2015년 김세영을 시작으로 2019년 이정은6까지 투어 신인왕은 5년 연속 대한민국의 몫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경우라 할 수 있는 2022년 루키 최혜진도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데뷔 첫 해 톱10 10회 등 27개 대회에 출전, 26회 컷통과를 하는 등의 활약으로 상금 200만달러를 넘기며 6위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친 바 있다.
최혜진 이후 박민지, 김수지, 이예원 등이 국내 무대에 전념하면서 LPGA투어 도전이 뜸해지다 지난해 국내 1인자 자리에 오른 윤이나가 Q시리즈를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연 윤이나가 막판 대분전으로 투어챔피언십 열차에 동승할 수 있을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윤이나는 한국의 이미향, 그리고 올시즌 T-Mobile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자인 스웨덴의 마들렌 삭스트롬과 같은 조로 1라운드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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