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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에도 저축은행 금리 '절벽'…중저신용자 대출도 팍팍
예·적금 만기 맞물린 11월, 안정적 운영 우선
부동산 PF 부실 정리 및 대출 문턱 높여 운영


주식시장 활황에 증권가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의 움직임은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주식시장 활황에 증권가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의 움직임은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주식시장 활황에 증권가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의 움직임은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예적금 만기가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증권사 투자예탁금은 86조9557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예탁금은 지난 9월 70조원대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는 흐름이다.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외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고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호조세에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에도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영업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67%로, 지난 2022년 5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던 상품이 자취를 감추면서 금리 절벽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변동금리 상품을 제외하면 정기예금에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한 곳은 조흥저축은행이다. 거제지점과 통영지점 정기예금에 연 2.9%를 적용했다. 접근성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가입할 경우 스마트저축은행의 'e-로운 정기예금'이 연 2.81% 금리로 가장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 지난 2022년 5월 당시 평균금리가 연 2.66%였고 금리 상단은 연 3.05%였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 간 금리 격차 확대보다는 전반적인 인하 행보가 뚜렷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불필요한 수신은 최대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을 최대한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대출은 추가 부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가급적 자제하고,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대출은 주로 리테일 금융과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운영하며, 무리한 자금 조달에는 나서지 않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유동성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했다고 일축했다. 통상 저축은행은 3~4개월 전, 이르면 2개월 전부터 유동성 악화를 대비한 자금 조달에 나선다. 11월에 필요한 자금은 지난 7~8월에 모두 대부분 조달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전국 저축은행의 수신금액은 각각 101조181억원, 102조3866억원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신 잔액은 93~94조원 수준을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93조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8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이 여신 잔액보다 많은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수신·여신 잔액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과거 2021년 1월 2~3조원 수준이던 격차가 올해 들어 10조원까지 확대됐는데 유동성 추가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분간 저축은행의 긴축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은 정기예금을 통해 사업자금의 대부분을 충당하며, 은행권 금리를 참고해 수신 금리를 설정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과거 은행권보다 1%포인트(p) 이내에서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지만, 최근에는 인상폭을 0.5%p 안팎으로 제한하는 양상이다. 같은날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연 2.31%인 점을 고려하면, 연 3%대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진다.

덩달아 중저신용차주의 신규 대출 환경도 팍팍한 상태가 유지될 예정이다. 부동산 PF 관련 부실을 털어내고 있는 만큼 심사기준은 강화하고 불필요한 부실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호실적을 거둔 지난 2021년 평균 예금금리가 1%~2% 초반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신 금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신금리를 더 낮추면서 '역마진'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한다고 강조한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실적이 흑자를 지속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맴돌고 있지만 무작정 대출을 확대하긴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특히 지난 9월 신용사면 여파로 중저신용차주의 대출 재개 가능성이 열린 만큼 부실차주의 재유입도 경계해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워낙 먹거리가 없고 대출이 못나가고 있다보니 애써 운영자금을 확보할 필요도 떨어지는 것이다.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대부분 형편이 비슷할 것"이라며 "다음해까진 분위기 보겠지만 대출이 급증하더라도 수신금리라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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