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찾아달라"했지만 사실상 체포 저지 요구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서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이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와 통화해 '더 이상의 경호가 힘들 것 같다'고 밝혔으나, "경호처는 대통령을 지키는 본분이 있다"며 2차 영장 집행도 막아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7일 오전 10시 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14분쯤 법정에 서류봉투를 들고 입정했다. 김건희 여사도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출석했다.
증인신문에는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출석해 지난 1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 이후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에게 '경호처 내부적으로 충격이 크다. 경호처 인력은 소수이고 경찰 인력은 대규모여서 (2차 집행 시) 경찰이 들어오면 (경호처가) 막기 힘들다'고 보고했다.
박 전 처장은 "경찰 출신이어서 전직 경찰들에게 전화해 보니 '국가수사본부가 광수대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2차는 1차 때와 차원이 다르다', '2차 집행 때는 일부는 정문, 일부는 후문 관저 쪽 포크레인으로 밀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며 "그날 저녁 그런 우려와 2차 체포영장은 소수 인원으로 막는 것은 어렵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은 1차 집행 이후 경호처 내부적으로 2차 영장 집행에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1차 집행 이후) 저한테만 (경찰의) 소환장이 왔을 땐 직원들이 생각을 크게 안 했는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을 경찰이 소환 요청하자 다들 '나도 형사처벌되는 것 아닌가'하면서 동요하고 긴장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처장은 사직서 제출 경위에 대해서도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있는데 경호 인력이 아주 소수이고 경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경호처 인력이 전부 체포돼 조사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기관과의 충돌로 국격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었다. 경호처 직원들도 원래는 경찰 지위인데, 그런 경호처가 경찰에 입건되는 상황을 내가 만들면 경찰 출신으로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박 전 처장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경찰에 자진 출석해 상황을 끝내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에게 상황을 털어놓으며 '다른 대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장은 "윤 변호사에게 전화해 '간부들도 흔들리고, 경호처 직원들이 10일정도 매트리스를 깔고 자며 세수도 못 하고 20~30명 규모 식당에서 수백 명이 밥을 먹고 있다. 더는 (버티라고) 말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윤 변호사가) '변호인단은 변호인단의 법적 노력이 있고,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처의 본분이 있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특검 측이 '윤 변호사의 취지는 2차 집행 역시 막아달라는 취지였나'라고 묻자 박 전 처장은 "경호처는 대통령을 지키는 본분이 있으니 본분에 따라 행동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직접 신문에 나서며 자신의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박 전 처장에게 지난해 12월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이 한 차례 철회된 뒤 내란죄를 포함해 다시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 의결된 것이 탄핵심판의 주요 심판 대상이었던 걸 알았냐고 물었다.
그러나 박 전 처장은 "헌재의 판단이나 국회의 처리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고, 공수처나 수사 쪽에 유심히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를 여는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내란 가담자에게 지급된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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