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 불복·사생활 침해 등 다양…인정률 0.8%
"교도관 '괴롭히기' 압박 수단 악용"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인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 건수가 최근 3년간 1만3000건을 넘어섰지만, 인권위가 이를 인정해 개선을 권고한 비율은 1%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자들의 민원성·보복성 진정 남발이 교정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키우고, 적극적인 교정 처우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수용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 건수는 총 1만3604건에 달했다. 2022년 4187건, 2023년 4530건, 지난해 488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자는 인권 침해를 당한 경우 인권위에 서면 또는 구두로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진정 사유는 △과밀수용 △조사·징벌 절차 불복 △의료처우 불만 △계호 과정에서의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하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현장조사, 교정공무원 출석조사, 자료제출 요구 등 절차를 통해 진정을 검토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권위가 수용자들의 진정을 받아들여 교정당국에 개선을 권고한 건수는 121건(0.8%)에 그쳤고, 나머지 99.2%는 기각 또는 각하됐다.
수용자가 교정당국의 처우나 징벌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용자들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1191건으로, 2023년 대비 95.2% 폭증했다. 이 중 진행 중인 285건을 제외하면 전부 인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일부 인용은 2건에 그쳤다.

수용자들의 권리 구제 신청이 늘어나면서 반복적인 조사 대응으로 교정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적극적인 교정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정공무원을 괴롭히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규정상 불가한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수십, 수백 건씩 진정을 넣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 민원을 넘어 교도관 '괴롭히기'로 악용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나 출석 요구가 들어오면 교정공무원 개인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크게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며 "과밀 수용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기존 업무가 이미 벅찬 상황에서 조사 대응까지 겹치면서 업무 피로도도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수용자의 인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반복·남용되는 진정으로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교정공무원의 권리와 근무 환경을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용자들은 진정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무고나 명예훼손을 적용받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아니면 말고'식 진정을 남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반복되는 무고에는 수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고려해 공권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용자의 인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교정공무원 개인이 과도한 민원을 혼자 대응하는 부담이 크다"며 "늘어나는 민원에 대응할 별도 지원팀을 교정시설 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의원은 "민원성·보복성으로 남용될 수 있는 청구 절차를 제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수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는 보장하되, 교정공무원들이 과도한 조사 대응과 행정 부담으로 업무 피로를 겪지 않도록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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