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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기자들도 '깜짝'
'국빈 방한' 트럼프, 김정은과 회동 불발
여야, '李 최측근' 김현지 국감 출석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 외교전을 치르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총 26만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익 중심의 성공적 실용 외교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세 협상 합의문을 공개하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야는 정쟁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으로 국회가 시끄럽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대반전' 한미 관세협상 합의에…기자들도 '비상'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 APEC '정상외교 슈퍼위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린 이벤트였던 것 같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관세협상 결과가 드디어 나왔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한마디로 요약하면 '반전'이라는 반응이었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찾아 협상을 진행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물론 이 대통령도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취지로 관세 후속 협상 상황을 설명했었잖아.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야. 기자들은 중요한 이벤트일수록 더 빠르고 풍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미리 준비를 많이 하는데, 회담 직전까지도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기 때문에 합의를 전제로 기사를 구상해 놓기는 어려웠어.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각국의 취재진들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배정한 기자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각국의 취재진들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배정한 기자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이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 실장의 브리핑을 기다리던 중 현장 모니터를 통해 외신발(發)로 합의 소식이 전해졌어. 그 순간 브리핑장 곳곳에서 직업상(?)의 탄식이 터져 나왔어. 속된 말로 '한 방 맞았다'는 분위기였지. 기사 계획을 다시 짜고 방향을 수정하고, 여기저기서 급박하게 통화하는 목소리도 들렸어.

-이후 위 실장과 김 실장 브리핑을 통해 정상회담과 관세협상 세부내용이 꽤 상세하게 소개됐어. 또 얼마나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됐는지 힌트도 얻을 수 있었어. 김 실장은 "어제저녁에도 이렇게 전망이 밝지는 않았고, 당일 급진전됐다"고 설명했어. 말 그대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극적인 합의에 도달한 셈이야.

-아직 양측이 합의문에 사인한 건 아니고, 합의 발표 이후 미국 측과 우리 대통령실의 설명이 다른 부분도 있어서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자타공인 패권국인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내줄 건 내주고 지킬 건 지키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아.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양국 중 어느 쪽의 양보가 더 컸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양보해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겠죠"라고 답변했어. 우리 측이 제시한 안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지.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을 계기로 제기된 북미 회동이 결국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한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재차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없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을 하는 모습. /AP. 뉴시스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을 계기로 제기된 북미 회동이 결국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한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재차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없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을 하는 모습. /AP. 뉴시스

◆6년만 '깜짝' 북미 회동 불발…재개는 언제쯤?

-관심사였던 6년 만의 북미 정상 간 회동이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

-응.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을 계기로 제기된 북미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국으로 일단락됐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찾기 전부터 귀국 직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나자며 거듭 제안했지. 다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동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지.

-우리 정부에서 여러 차례 북미 회담을 촉구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어. 다만 정 장관은 회동 불발이야말로 북미 정상 간 만남의 첫 단추를 채운 것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후 귀국길에서 "너무 바빠서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밝혔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APEC 계기 북미 회동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름대로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APEC 계기 북미 회동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름대로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북미 회동 재개 시도는 언제쯤 이뤄질 거 같아?

-우선 북한은 내년 초 최대 정치 행사인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여기서 새로운 외교 노선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미국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지 전망되고 있지. 또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내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거라고 밝혔어.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올해 안에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진 뒤 회동이 열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리 정부도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야. 정 장관은 지난달 30일 이번 APEC 계기 북미 회동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 집기도 갖춰 놓고 회담장도 완비했다고 밝힌 바 있어. 다만 정부 안팎에선 북미 회동이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다고 하더라고. 북한이 일찌감치 한국의 개입에 선을 그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

여야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여야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김현지 공방'서 쏟아진 현란한 발언들…운영위 곳곳서 '실소'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고?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된 발언들도 많았다고 하던데, 상황은 어땠어?

-맞아. 여야는 김 실장 출석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어.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자는 여당 제안이 무색할 정도야.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인연을 쌓아온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야.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막후에서 직책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 그래서 국민적 검증대인 국감에 꼭 출석시키려 하는 거고.

-여당인 민주당도 김 실장 국감 출석은 가능하단 입장이야. 다만 대통령 일정 수행 등을 고려해 '오전'으로 출석 시간을 한정했어. 당연히 국민의힘은 반발했지. 지난달 29일 운영위 전체회의는 다음 달 있을 대통령실 국정감사 증인을 채택하는 날이었는데, 때맞춰 여야 의원들이 김 실장 출석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인 거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이태훈 기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이태훈 기자

-여야 모두 작정해서인지, 그날 회의에선 특히 현란한(?) 발언들이 많았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냉장고를 부탁해' 예능 출연을 문제 삼고자 다수의 JTBC 관계자 증인 채택을 요구한 국민의힘에 "국회 냉장고 뒤지려고 방송사 관계자를 부르냐"고 핀잔을 줬어.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베일에 싸인 김 실장을 보호하는 민주당을 겨냥해 "애지중지 현지, (도대체) 뭐지?"라고 비꼬기도 했어. 김은혜 의원은 김 실장을 오전만 부르자는 민주당에 "국감이 치킨이냐. 반반 출석하게"라고 역정을 내더라니까. 현란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의원, 보좌진, 취재진 구분 없이 실소가 터졌어.

-'그래도 대놓고 싸우진 않는구나'라고 안도감이 들 때, 일이 또 터지더라니까.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를 "비겁한 정권"이라고 쏘아붙이니까,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곧장 "(윤석열 정부는) 내란 정권"이라고 받아쳤어. 그랬더니 서지영 의원이 반말을 써가면서 서미화 의원을 윽박지르더라. 그때부턴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한 난장판이 펼쳐졌어. 언제쯤 우리 정치는 성숙해질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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