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가능성 제기, 대만 등 변수는 상존
"김정은 만나고 싶다"…평양 응답만 남아

20년 만에 대한민국이 주재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행사는 다자회의 외에도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 그리고 북미 정상의 조우 가능성 등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는 화려한 정상외교가 펼쳐질 이번 APEC의 관전 포인트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김정수 기자] 경주 APEC에서 시작되는 외교 슈퍼위크는 오는 30일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6년 만에 이뤄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이다. 세기의 회담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양국은 샅바 싸움부터 치열한 양상을 보였지만 주요 의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APEC을 계기로 조심스레 제기됐던 북미 회동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숨에 끌어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것. 동시에 그는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하며 '비핵화 집념을 버리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에게 사실상 러브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순방 일정을 늘릴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남은 건 평양의 응답이자 6년 만의 북미 회동이다.
◆6년 만에 대좌…미중 모의 회담서 관세·희토류 등 '수습' 성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국빈 방문 형태로 방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시 주석은 30일~11월 1일 한국을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이후 6년여 만이며, 시 주석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이후 11년여 만이다. 동시에 APEC을 계기로 펼쳐질 양국 정상의 대좌는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이후 6년여 만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 앞서 정면충돌도 불사하는 모양새였다. 지난 4월만 하더라도 무려 100%가 넘는 관세를 주고받으며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5월에 있었던 1차 협상과 6월 2차 협상을 통해 11월 10일까지 '휴전'에 들어갔다. 양국 관계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달 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와 미국의 100% 추가 관세 부과 예고로 재차 치달았다.

다만 양국은 지난 25~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관통하며 희토류와 관세 갈등을 봉합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미국은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식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미중 무역협상 직후 양국이 '프레임워크'(큰 틀의 합의)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과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와 펜타닐 원재료 단속 강화 등이다. 이처럼 미중 모의 회담이 긍정적으로 수렴하면서 APEC 계기 '빅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안보 영역과 관련한 양국 갈등은 수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만 정책에 대해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의제 선점에 나선 바 있다. 대만 문제가 어느 선에서 조율될 수 있을지에 따라 여타 분야와 관련한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만나고 싶다" 거듭 제안…김정은 결단만 남아
가능성으로 치부됐던 APEC 계기 북미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혔다. 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걸 알고 있다"며 "100%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방한하는 과정에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깜짝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약 32시간 만에 양국 정상 간 회동이 이뤄졌다. 이에 비하면 APEC 계기 북미 회동 전까지 시간은 넉넉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내걸었던 대화 조건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김 위원장의 응답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북한은 외교 실무 핵심 관계자인 최선희 외무상의 출국 소식을 26~27일 이틀 연속으로 전했다. 이에 북한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그(김 위원장)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또 아시아 순방 일정을 늘릴 수도 있다며 만남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에 화답할 경우 APEC 계기 북미 정상 간 만남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담'이 아닌 '회동'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북미 간 의제가 조율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가벼운 접촉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한 회동이더라도 김 위원장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위원장에게 있어 '외교적 정점 상대'인 미국 정상과의 만남은 의제 조율의 첫 단추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외교적 자신감에 고무된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그는 지난 9월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다자 외교 무대에 첫 발을 들였고, 북중·북러 회담을 연달아 가졌다. 이달 노동당 창건 80주년에선 중·러 2인자를 비롯해 베트남 서기장과 라오스 국가주석 등 아세안 국가들의 참석을 이끌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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