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 반환 소송 항소심 다시 열릴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삼부토건 창업주인 고(故) 조정구 회장의 손자 조창연 씨가 벌이고 있는 '5만원권 4000장'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조 씨가 윤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 경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법정 다툼이 중단된 상태였는데, 최근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 씨가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윤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 대여금 반환 소송이 1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게 마지막이다. 올해 7월 10일 2차 변론기일이 잡혔으나 날짜가 10월 23일로 변경됐고, 이마저도 이후 '기일을 추정(추후 지정)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대여금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앞서 조 씨는 지난해 10월 대여금 미반환 사기 혐의로 윤 대표를 형사 고소했고, 재판부는 해당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2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올해 들어 기일이 잡히고 다시 변경되는 일이 반복된 건 경찰의 결론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등 사건을 둘러싼 재검토 작업이 이뤄져서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조 씨 측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경찰은 최근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재차 판단한 상태다.
법조계는 대여금 반환 소송 항소심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이 보완수사 결과를 송부받고 다시 처분 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나,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는 점에서 윤 대표 측이 법원에 기일 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 수사 결과가 향후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1차 변론기일에서 "어느 정도 수사 결과가 '참고'될 만한 것 같다"고만 언급했다. 물론 무혐의 결론이 나온 것은 조 씨 입장에서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여금 반환 소송은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매각과 관련이 깊다. 조 씨는 지난 2011년 자금난 등을 이유로 보유 자산인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시도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2016년쯤 경기초 동문인 윤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 BRV가 투자한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는 2016년 5월 르네상스호텔을 69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체결 이후 윤 대표에게 5만원권으로 4000장, 현금 2억원을 전달했다는 것으로,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음에도 이익이 나면 빌린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조 씨 측 주장이다.
1심에서는 조 씨가 패소했다. SNS 메신저 '위챗' 대화 내용 등을 제시했으나, 대여 사실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시 시작되는 항소심에서도 조 씨가 대여 사실을 증명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전을 대여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이를 먼저 주장하는 사람에게 '증명 책임'이 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조 씨가 추후 대여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금전 거래와 관련한 내막이 추가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앞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윤 대표가 조 씨와 원만히 합의하지 않고 2억원으로 인해 송사에 휘말리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더 복잡한 금전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1심에서도 두 사람 간 금전 거래는 확인된 바 있다. 조 씨가 윤 대표에게 빌려준 돈이 맞는지, 이후 윤 대표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의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당시 윤 대표 측은 "돈이 오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돈을 대여금이라고 볼만한, '돈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며 "워낙 많은 돈이 오갔기에 기억을 못 한다는 취지다. 계좌로 이동한 돈이 아니라서 은행 자료 등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 씨 측은 "윤 대표가 어마어마한 부자라서, (빌려줄 때) 용도를 묻지 않았고, 이후에도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표는 대여금 반환 소송 외에도 많은 송사에 휘말려 있다. 윤 대표 개인은 123억원의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윤 대표가 이끌고 있는 BRV는 90억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 각각 세무당국을 상대로 세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윤 대표는 아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에게 바이오 업체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투자 정보를 제공,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자본시장법 위반)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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