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가 온라인 스캠(사기)의 온상으로 떠오르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 내 스캠의 배후에는 다수의 중국계 범죄조직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물가가 저렴하며 부정부패로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캄보디아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웬치'라고 불리는 스캠단지를 조성한 이들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과 사이버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은 물론, 폭행과 납치, 감금, 고문에 인신매매, 살인까지 저지르며 피해를 양산했다. <더팩트>는 현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1970년대 '크메르 루주' 공산당 정권의 대량 학살을 일컫는 '킬링필드' 이후 이번엔 스캠에 멍든 캄보디아 상황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작년 가을 한국인 사업가도 숨진 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유족은 캄보디아에 오면 납치될 것 같아 못 왔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무연고 장례로 치를 수밖에 없었어요."
지난 2005년부터 20년째 캄보디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장완익(61) 캄보디아교회사연구원(ICCH) 이사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범죄 피해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캄보디아 1세대 선교사인 장 이사장에게 캄보디아 스캠단지 관련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다. 국제 인권단체에서 캄보디아 스캠단지가 확산한 것으로 지목한 지난 2022년 이후와 일치한다. 이때부터 고수익 미끼에 속아 캄보디아로 온 한국인들도 많아졌다.
장 이사장은 "캄보디아 스캠단지가 53곳에 이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직접 소식을 들은 건 작년이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이 있었다"며 "지금 뉴스에 나오는 것들은 이미 최소한 2~3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고수익 보장 광고를 보고 오는 사람들은 범죄와 연결될 확률이 높다"며 "낮에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밤거리는 무서운 곳이다. 시체가 나오는 것은 일상적이다"고 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한국인 사망 사건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스캠단지와 직접적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납치·감금 사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캄보디아대사관에 접수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20건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8월까지 이미 330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지난해 10건을 포함해 100건 정도는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인 사업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떠올렸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께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60대 한국인 사업가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태국에 살던 배우자는 납치를 우려해 캄보디아 입국을 꺼렸다. 결국 대사관에서 무연고 장례를 치렀다. 경찰 수사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남성 사업가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당시 유족은 실종된 남성을 찾으러 직접 캄보디아에 왔다. 이후 남성의 하반신이 프놈펜 외곽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견됐다. 장 이사장은 "어떻게 토막 살인을 할 수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최근에도 한국인 실종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사촌 동생이 작년 7월에 캄보디아에 갔는데 소식이 없다', '조카가 캄보디아에 돈 벌러 갔는데 감감무소식' 등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중국계 범죄조직과 유착한 캄보디아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친미' 보다는 '친중' 국가"라며 "약 10년 전부터 시아누크빌 개발 자본은 대부분 중국에서 왔다"고 했다. 이어 "캄보디아 최고 실력자들이 범죄조직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캄보디아 경찰이나 군인이 뒤를 봐주지 않으면 중국 세력의 납치, 고문, 인신매매가 어떻게 가능하겠냐"면서 "정부와 범죄조직 간 유착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당부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캄보디아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며 "교민들을 1순위로 보호해야 할 대사관이 굉장히 느슨하고 형식적 대처만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력 있는 대사들은 소위 좋은 나라에 파견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인사를 내는 게 아니냐"라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민들에게 돌아간다"라고 호소했다.
juy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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