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호스트로 주최하는 정상외교의 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막을 올린다.. 이 대통령이 9월 2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20년 만에 대한민국이 주재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행사는 다자회의 외에도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 그리고 북미 정상의 조우 가능성 등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는 화려한 정상외교가 펼쳐질 이번 APEC의 관전 포인트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호스트로 주최하는 다자 정상외교의 장이 열린다.

이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달 만에 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만남을 갖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이름값 만큼이나 얻을 것이 많은 '정상외교 잔치'를 안방에서 치르는 셈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과 경제단체 등이 참석해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본회의 1세션에서는 무역과 투자 증진을 위한 협력방안을, 2세션에서는 아태 지역 신성장 동력 창출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CEO 서밋 등 경제인 행사도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호스트로 나선다. 특히 다자회의 외에도 미국, 중국, 일본 등 핵심 국가 정상들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지며 새 정부 외교 전선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후 국빈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만찬 등을 진행한다. 워싱턴에서 가진 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30일에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여러 국가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11월 1일에는 시 주석과 첫 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은 중국 정상으로는 11년 만에 국빈 방한했으며, 이 대통령과는 첫 만남이다.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와 첫 회담도 추진한다. 실무 협상을 통해 날짜와 시간 등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밀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국, 중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어느 정권에서나 '빅이벤트'로 꼽혔다. 더욱이 이번에는 정부 출범 초기인데다 각 국별로 민감한 문제가 놓여있는 만큼 더 큰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초점은 관세협상 후속 합의에 맞춰져있다. 양국은 지난 7월 협상을 타결했으나 현금투자 비중과 방식 등 세부사항 조율에 큰 이견을 보이며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협상 결과에 따라 핵심 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이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협상을 위해 두 차례 미국을 찾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귀국길에 "핵심 쟁점에 대해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APEC을 계기로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뒤 약 11개월 만이다. 다만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이후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냉온탕을 오가던 한중 관계는 윤석열정부 들어 다시 극도로 경색돼 지금까지 유지됐다. 지난 정상회담도 두 정상이 2년 만에 만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기치 아래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는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The Straits Times'와 서면인터뷰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새로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타임지(Time)와 인터뷰에서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전통적 방정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며 '안미경중' 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만남도 관심사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행보에서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향후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시바 총리와 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외교를 재개했는데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은 SNS에 게시한 다카이치 총리 취임 축하 메시지에서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셔틀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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