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만날 기회 적은 배우들의 팬서비스 수단으로 정착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배우들이 '팬미팅'이라는 이름 하에 무대에 직접 오르는 모습은 이제 그리 드문 풍경이 아니다.
배우 추영우는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개최한 팬미팅 'Who (is) Choo?(후 (이스) 추?)'에서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옥씨부인전' OST '현정연서'를 비롯해 뮤지컬 넘버 'She was there(쉬 워스 데어)', 로이킴의 'The Lullaby(더 럴러바이)' 등을 직접 가창하거나 스트레이 키즈와 사자보이즈의 음악에 맞춰 댄스 메들리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무대를 꾸몄다.
배우 뿐만 아니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 MC로 활약한 박보검은 더 대단하다. 지난 8월 장충체육관에서 팬미팅 'BE WITH YOU(비 위드 유)'를 개최한 박보검은 회당 20곡의 세트리스트를 준비해 일반 가수의 그것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무대를 완성했다.
이외에도 31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며 '팬 납치설'까지 나온 김남길이나 배우 팬미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박은빈,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밴드 보컬로 출연한 변우석 등 많은 배우들이 '팬미팅을 가장한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배우 팬미팅은 꼭 다수의 곡이 아니더라도 5곡 내외의 노래 무대는 대부분 포함할 정도로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이제는 배우들도 음악과 무대에 진심이 아니라면 활동하기 어려운 시대다.
흥미로운 점은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대부분 팬미팅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K팝 가수로 시작해 연기로 영역을 확장한 경우 대부분 배우와 가수를 병행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또 과거 차태현이나 장혁, 하지원 등은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고 음악방송까지 출연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 이유를 두고 한 배우 소속사의 관계자 A씨는 "배우들의 팬미팅은 정말로 '팬 서비스'지 가수 활동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팬사인회, 팬미팅, 콘서트, 음악방송 등 여러 경로로 팬과 직접 만날 수 있는 K팝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는 팬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무대인사 정도를 제외하면 많지 않다"며 "그래서 팬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배우들도 공연형 팬미팅을 시작하게됐다. 또 아무리 배우라고 해도 앉아서 토크만 하는 것보단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춤과 노래가 있는 무대를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수의 콘서트 못지 않은 세트리스트를 자랑하는 박보검이나 김남길, 박은빈, 변우석 등은 '예외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A씨는 "박보검은 본인이 직접 다수의 싱글을 내고 음악 프로그램 MC를 맡을 정도로 음악에 진심이고 또 K팝 그룹 못지 않게 코어팬이 많은 배우다. 박보검의 사례는 일반화하기 어렵다"라며 "또 박은빈과 변우석도 극 중 음악과 관련된 배역을 맡아 필연적으로 세트리스트가 늘어난 경우다. 더군다나 박은빈도 정식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자신의 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가 배우들의 팬미팅을 '팬서비스'라고 한 이유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A씨는 "K팝 그룹의 콘서트와 비교해서 배우들의 팬미팅은 그 규모도 작고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라며 "앞서 말한 박보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배우는 1천 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낮은 티켓가격과 작은 규모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A씨가 배우의 팬미팅은 '팬서비스'라고 강조한 이유다.
다른 배우 소속사의 B씨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B씨 역시 "배우들의 팬미팅은 '팬서비스' 차원"이라며 "물론 다수의 인원이 무대에 오르고 연출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K팝 그룹의 콘서트에 비해 배우들은 부대비용이 적게 들어가긴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익적인 부분을 기대하고 팬미팅을 개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또 자기 곡이 아닌 커버곡을 부르는 경우 최대 전체 수익의 5%를 저작권료로 내야한다. 1천 석 정도의 규모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최근 몇몇 배우들이 팬미팅을 개최한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도 이런 수익 구조와 무관치 않다"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배우들의 팬미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OTT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해외에서의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BL물 등 특정 장르 배우를 찾는 요청이 많다는 후문이다.
B씨는 "대표적으로 태국이나 중국에서 BL 드라마가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적절한 개런티를 받는다면 해외에서는 적게는 수백 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 만 원까지 수익이 나온다고 들었다"라며 "작품 출연이나 광고가 아니면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 배우에게는 달콤한 제안이다. 실제로 이런 식의 해외 팬미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B씨는 이런 팬미팅 활동에 색안경을 끼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B씨는 "당연한 말이지만 수익이 있어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더군다나 배우들도 그냥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달 이상 춤과 노래를 트레이닝하고 무대에 오른다"라며 "전문 가수나 K팝 그룹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배우도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배우들이 준비한 팬을 위한 선물로 생각하고 즐겨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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