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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월미도에서] 범죄 피의자 송환…'웬치' 한국인 구조 더 궁금하다
대부분 청년 가담…건전 해외 취업 기반 구축돼야
여행객 끊긴 캄보디아 교민 경제 활동 지원 필요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온라인 사기 범죄가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에서 성행하면서 국제적인 인권 유린 문제로 떠올랐다. 현대판 킬링필드가 된 캄보디아의 전문 범죄단지 '웬치(Wench)' 지역에서 최근 해외 단기 고수익 미끼에 속은 20대 한국인 대학생 A 씨가 희생됐다. 동남아로 확산된 범죄단지를 중심으로 로맨스스캠, 보이스피싱, 리딩방 투자 사기, 노쇼 사기 등 한국·중국인 등 수천 명이 불법 행위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번 끌려가면 평생 나올 수 없을 정도의 폐쇄된 범죄 거점인 '웬치' 감금시설은 고문, 폭행, 장기 적출, 성매매 등이 횡행하는 범죄 소굴이라는 것이 현지인과 언론사의 취재 등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범죄 행각에 대응하는 공권력은 미약하다. 올해 우리나라가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수혜 1위 국가인 캄보디아 정부가 최근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라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방문 한국인의 안전과 교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게 됐다.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인들이 주축이 돼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중국인 수천 명이 미얀마 등에서 실종됐고, 캄보디아에서 납치돼 장기 적출 피해 등 실종 사례가 늘어나자 중국 당국이 캄보디아 취업 주의보를 내렸다.

캄보디아 경찰과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한국인 납치 피해자의 구조 요청에 본인의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신고하라는 매뉴얼로 대응해 비판을 받았다. 안이한 대처가 해외공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해외 공관의 최우선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사명을 재인식하고, 재외국민 보호 매뉴얼을 상비해 위기 대처 역량을 갖춰야 한다.

18일 오전 캄보디아 국가경찰청에 보이스피싱 범죄 등으로 구금돼 강제 추방된 범죄 피의자 64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이날 캄보디아 현장에 파견됐던 정부대응팀은 공항 브리핑에서 "향후 양국 간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죄 피의자들의 송환에 앞서 실제로 범죄단지에 유인된 한국인의 생사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구조하는 성과를 기대했다. 웬치에 감금돼 고문과 겁박에 놓인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확보해 국민 불안을 일소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벌써 범죄조직은 주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에서 교민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코리안 데스크'(교민전담반)를 상설해 구조 골든타임 확보에 나섰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웬치에 감금된 한국인 구조에 나섰던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연수갑)은 지난달 30일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신고 안내에 그치고 있는 공관 기능을 사전 탐지와 신속한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인력·예산 등을 확보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또 주재국과 국내기관의 효율적인 공조를 통해 재외국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입법 절차에 오르게 됐다. 재외공관의 재외국민 보호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캄보디아로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캄보디아로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납치·감금 피해자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폭증했으며, 올해는 8월 말 기준 33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의 인권 유린 피해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85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배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1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ICT환경의 발달과 금융 시스템의 변화, 가상자산 투자 등에 따른 기관 사칭 신종 범죄가 사회의 악성 종양처럼 번질수록 '그놈 목소리', URL이 붙은 스미싱 문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도 근·현대사에서 여러 인권 유린의 어두운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강제노역과 폭행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었던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 수용소, 부랑인을 잡아들인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부산 '형제교육원'의 인권 침해도 상상을 초월했다. 캄보디아 웬치는 현재진행형 인권 유린의 현장임에 분명하다.

최근 캄보디아 사기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는 프린스그룹과 천즈 회장이 미국·영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프린스 계열 '킹스맨 부동산 그룹'이 버젓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캄보디아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천즈의 행방과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B 씨의 프린스 연관 가능성도 밝혀졌으면 한다. 검거와 수사가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프린스 그룹과 같은 국내의 점조직 활동을 우선 근절해야 할 것이다.

지난 15일 정부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출범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동남아 범죄와 연관된 구인 사이트의 이른바 '손쉬운 돈벌기' 불법 구인광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캄보디아 웬치에 수백 개의 다국적 범죄기업이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범죄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상담원, 모집책, 수거책, 송금책, 인출책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모집책부터 잡아야 한다. 가해자로 둔갑하게 될 청년들의 캄보디아 출국을 제지하고 피해자 재발을 서둘러 막아야 한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마약 등 해외범죄 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고, 수사공조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0시부터 스캠범죄단지가 다수 분포돼 있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바벳·포이펫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시하누크빌은 출국권고 지역으로 발령했다. 수도 프놈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고, 대부분의 지역이 여행자제·여행경보 지역으로 묶였다. 현재 여행객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겨 교민사회의 걱정이 태산이다. 재외동포청를 비롯한 재외공관이 적극 나서 교민들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넘어간 송환된 피의자 대부분이 청년층이다. 우리 사회에 절망감과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SNS에 폭식, 과식, 오픈런 등 물질적 충족을 갈망하는 향락주의, 배금주의가 자극적이다. 절제문화가 사라지면 사회집단의 양극화를 부추기게 되고, 변질된 사회 인식은 반사회적 일탈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되새길 부분이다. '범죄도시'의 영웅 마석도(마동석)도 필요하지만 청년들이 인터넷 고액 알바 등의 꾐에 빠져들지 않게 건전한 해외 취업의 사회적 기반을 구축해 우리 사회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

캄보디아로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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