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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조요토미 희대요시' '한심한 XX'…정쟁만 남은 국감
법사위·과방위 등 곳곳서 여야 충돌
인신공격적 구호·원색적 비난 여전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을 향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을 향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2025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시작부터 여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법사위 국감장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팻말이 등장했고, 과방위 국감에서는 양당 의원들이 속된 말로 '유치찬란한' 말싸움을 벌였다. 뱃지 출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감정적인 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달 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성사 가능성을 확신하며 판문점 북측 판문각이라는 장소까지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사태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진행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라 안팎으로 대형 이슈들이 이어졌던 이번 주를 돌아본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국감장에 나타난 '조요토미 희대요시' 손팻말…박정훈-김우영 낯부끄런 언쟁

-'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 첫 주는 어땠어?

-시작부터 난리였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첫 질의자로 나선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에 일본식 상투를 합성하고 그 밑에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힌 손팻말을 꺼내 들었어.

-이유가 뭐야?

-조 대법원장이 '친일 인사'라는 이유였어. 그는 "윤석열 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 중심의 인사를 추천했다"고 주장했지. 그러면서 대법원이 지난 2023년 10월 일본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이었어. 조 대법원장은 그해 12월에 취임했거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의원의 행동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어. 야당의 한 초선 의원도 같은날 <더팩트>에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어.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던 중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던 중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다른 상임위에서도 낯부끄러운 일이 있었다며?

-맞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문자 폭로' 사태와 관련해 다소 유치한(?) 싸움 장면이 생중계로 보도되면서 이슈가 됐어. 박 의원은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우주항공청 등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이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함께 자신이 '이 찌질한 놈아'라고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한심한 XX"라는 발언을 했지.

-양당 간 공방이 이어지던 중,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언론이 선택적으로 보도한다. (언론은) 나가달라"면서 비공개회의로 전환했어. 국정감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 의원 간 싸움은 결국 양당 간 맞고발전으로 비화됐어.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문제 메시지 및 휴대전화 번호 공개 혐의로, 민주당은 박 의원을 욕설 등의 혐의로 각각 경찰에 고발했어.

-길어지는 논쟁에 과방위 소속 피감기관 담당자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었어. 오전 회의 직후 공방이 계속되면서 개의 40여 분 만에 중지됐고, 오후 회의도 재차 공방이 벌어지면서 15여 분 만에 중단되기도 했지. 회의장 밖에서 국정감사 중계를 지켜보고 있던 한 피감기관 담당자가 "오늘은 날샜다"며 한숨을 쉬던 모습이 눈에 띄더라.

-정책 질의를 준비한 보좌관들로서도 힘이 빠졌겠다.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정감사가 정치 무대로 변질돼 아쉬워.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 정회를 선언한 뒤 이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 정회를 선언한 뒤 이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정청래 '소란 자제' 당부에도…'강공 모드' 인증에 열중

-논란의 중심인 법사위에 대해, 그간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오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원들에게 직접 '자제'를 요청했다며?

-맞아.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이른바 '조희대 때리기'에 몰두하면서 초반부터 강경 모드로 치닫자 정 대표는 지난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란스럽게 행동하거나 몸싸움, 거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해. 같은 날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이 발언 배경을 묻자 정 대표는 한동안 말을 아끼다가 "국민들은 의원이 아니라 대법원장의 발언과 태도를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어.

-정 대표에 앞서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법사위가 국민이 궁금해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차분히 던져 답변을 끌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어. 친명계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 역시 "지금 법사위는 너무 소모적이고, 국민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지. 이같은 당내 기류 속 정 대표가 소란 자제를 주문하며 '교통정리'에 나선 건, 과도한 공세가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고 나아가 사법개혁 동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기록의 전자문서 접속 로그 확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기록의 전자문서 접속 로그 확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정 대표가 자제를 당부한 그 날에도, 법사위의 강경일변도는 멈추지 않았다고?

-맞아. 같은 날 열린 대법원 현장 국감에선, 대법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서류 제출 요구 안건이 기습 상정되면서 국감이 파행으로 치달았어. 다음 날 감사원 국감에서도 대법관 재판기록 열람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국감이 세 차례나 중단되기도 했어.

-이런 가운데 몇몇 법사위원들은 국감 도중 회의실 복도에 나와 강공 모드를 인증이라도 하듯 쇼츠를 찍는 모습을 보였어.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정치적으로 주목받을 기회라고 생각한 건지, 자극적인 장면 연출에 더 몰두하는 분위기더라고. 그 사이 여당이 내세운 '정책 국감' 기조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티키타카' 하다 정색…안규백 장관, 국정감사에서 버럭

-64년 만의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인 안규백 장관이 국감 데뷔전을 치렀다고. 작년까지만 해도 위원석에 앉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인물이 이젠 반대편 자리에서 답변하는 상황이 됐네.

-처음에는 분위기가 훈훈했어. 국방위엔 민주당 지도부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소속돼 있는데, 성일종 국방위원장도 이를 의식해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어. 김 원내대표의 질의 순서였는데, 배정된 시간이 끝나자 "김 의원과 정 의원에게는 오전에 1분씩 더 드리겠다"고 말했어. 이에 안 장관을 포함해 뒷자리에 배석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지.

-오후 국정감사 때는 어땠어?

-초반에는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드론 예산 관련 질의를 하자, 안 장관은 예결위 소속인 한 의원을 향해 "한 의원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어. 한 의원이 "알겠다"고 답하자 "우리가 서로 간의 마음이 잘 통하지 않느냐"고 맞받으며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줬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군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질의했어. 강 의원이 "기술적인 요소는 관련 부처와 머리를 맞대면 여기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안 장관은 "우리 강 의원님의 영특한 머리로 말씀해 주길 바란다"고 화답했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더라. 발단은 성 위원장의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 관련 질의였는데,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안 장관이 "질문 내용이 상당히 좀 그렇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어.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장병 50만 명 전원이 드론 운용 능력을 갖추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드론 강사는 고작 100명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지.

-안 장관은 "개념 정립 단계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율곡이이 선생은 10만 명이 있어서 10만 양병설을 (주장) 했겠냐"며 "50만 중에서 못하는 사람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는 답변을 내놨어. 또 "일일히 미주알고주알 파악할 수는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고, 결국 초반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지.

-성 위원장도 즉각 반발했어. 그는 "수감자가 질문을 하는 사람들한테 '질문이 너무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 여기서는 누구든 장관한테 질타하고 물을 수 있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정책을) 지원하려고 하는 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질의를 하고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지적했지. 그러면서 "지금도 (안 의원은 본인이) 국회의원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냐. (의원직과) 겸직이지만 국무위원으로 오신 것"이라고 쏘아붙였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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