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이유 구체적 입장 없어…"공론화 중요"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육아정책연구소(KICCE)가 2023년 발간한 '유·보통합 실현을 위한 보육·유치원 교원 자격·양성 체제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가 2년 가까이 비공개로 묶여있다. 학부모 70%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자격 통합에 반대한다는 등 정부 추진 정책에 반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공개되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교육부가 의뢰해 지난해 12월 작성을 완료한 것으로 현재 육아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 목차만 공개돼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공공기관 정보공개 의무와 연구성과 공개 대상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세종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고서를 검색해보면 '정보공개법 관련 비공개 자료'로 '열람 불가' 상태다.
교원 자격 통합 여부는 윤석열 정부 때부터 본격 추진해 온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이자,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더팩트>가 16일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 대다수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영유아교사 자격 통합’에 반대했다. 학부모 1000명(유치원·어린이집 각각 500명) 중 '유보통합이 되면 나뉘어 있는 유치원·보육교사 자격을 단일한 유형으로 통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72.9%가 '두 유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자격 통합이 좋다'는 답변은 25.5%에 그쳤다. 현재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3·4년제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해야 하지만 보육교사는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도 학점은행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3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교사 자격이 통합된다면 담당하는 영유아 연령에 따라 자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81.1%로 압도적이었다. '0~5세를 담당할 수 있는 교사 통합 자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17.0%에 불과했다. '정책 수요자'인 학부모 대부분이 교사 자격 통합에 부정적이고, 통합하더라도 영아(0~2세)와 유아(3~5세)를 나눠 자격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정부는 2023년 말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어린이집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한 후, 지난해 6월 '유보 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계획 발표 당시 쟁점 사안인 '교사 자격 통합'에 대해 두 안을 제시해 공청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0~5세를 모두 가르치는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으로 통합하는 1안과 영아(0~2세) 담당 정교사와 유아(3~5세) 담당 정교사를 구분하는 2안이다. 2안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학부모 여론과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0~5세 통합교사 중심인 '1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여 비공개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20일 교육부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주최한 '영유아 성장과 발달을 위한 미래 영유아교사 자격과 양성 체제 개편 권역별 토론회' 자료를 게시했다. 자료에는 "22개 단체 그룹인터뷰에서 18개 단체가 0~5세 대상으로 통합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이었고 전문가 토론회·자문회의에서도 이 의견을 지지했다"며 "연령 기준으로 교사 자격을 구분하는 것은 돌봄과 교육이 얽혀 작용하는 유아교육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육아정책연구소가 11월 펴낸 '영유아교원 양성학과 운영 개선 방안', 12월 '유보통합을 위한 영유아교사 양성기관 개편의 쟁점'도 '0~5세 통합교사' 중심의 연구 결과물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육아정책연구소는 의뢰 받아 작성한 보고서를 모두 공개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비공개 자료'가 된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가 불리한 여론이 담긴 보고서를 비공개로 한 만큼 정책 논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나 총신대학교 사범학부 교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공론성이 담보돼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교육은 특히 신뢰도와 사회적 합의가 충분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격 통합과 관련한 정부 연구 결과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유보통합에 대해 대대적인 공론화 과정을 다시 거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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