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공무상 재해 신청 반려
與 이광희 "인과관계 판단 기준 완화해야"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태원 참사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유로 공무상 재해를 신청한 소방관 중 절반가량만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거나 순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공무상 재해 승인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공무원 정신질환 관련 공무상 재해 신청 및 승인·반려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이태원 참사 관련 공무상 재해 신청은 총 8건으로, 이 가운데 5건만 승인됐다.
참사 수습에 투입됐던 A 씨는 '사건 발생 후 2년 이상 경과해 초진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무상 재해 신청이 반려됐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공무 수행과 재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공무상 재해로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
심의위는 "A 씨에게 해당 사건이 충격적이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건 발생 후 2년 이상 지나 초진을 받았으며 개인적 사유가 우세하게 나타나 해당 사건으로 인해 상병이 야기되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려 사유를 설명했다.

B 씨는 참사 이후 공황장애를 이유로 공무상 재해를 신청했지만 불면증 등 '과거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심의위는 "공황장애 특성상 업무보다는 개인적 요인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고, B 씨가 과거부터 불면증 등 기왕력이 상당한 점, 주장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임상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압사 현장의 처참한 모습에 노출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C 씨도 과거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공무상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
심의위는 "C 씨는 압사 현장에서의 정신적 충격으로 증상이 발병·악화됐다고 설명했지만, 과거 비기질성 정신병 등 다수의 기왕력이 있었고, 급성 스트레스 반응보다는 정신증적 양상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견해에 따라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가 제출한 소방공무원의 공무상 요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방공무원의 정신질환 공무상 재해 승인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 89.6%(29건 중 26건)에서 2023년 80%(25건 중 20건), 2024년에는 약 65%(31건 중 20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리상담 건수에 비해 공무상 재해 신청 건수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건수는 연평균 6만4000여 건이었지만, 같은 기간 공무상 재해 신청 건수는 연평균 24.4건에 그쳤다.
이광희 의원은 "참혹한 재난 현장 활동이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함에도 마음의 병에 대한 공무상 입증 책임이 소방관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다"며 "인사혁신처는 인과관계 판단 기준을 완화하고 공무상 재해 인정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라우마의 지연 발생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의원은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특성이 큼에도 심사 과정에서 시간 경과에 따른 증세 악화 및 연관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2대 국회에서 PTSD로 고통받는 소방관을 위해 정신건강 정밀검사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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