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안 할 수가 없는 것…삶의 일부"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겨울 눈에 묻힌 씨앗은 따뜻한 햇살을 받고 싹을 틔울 봄을 조용하고 끈기 있게 기다린다. 배우 이소이의 겉모습은 겨울의 씨앗처럼 고요하고 차분했지만 내면에는 연기를 꽃피우고 싶은 뜨거운 열정과 진심이 꽉 차 있었다. 작품 속에서 분출하던 에너지와 달리 조곤조곤 순수한 열의를 빛내는 그에게서 전해진 반전 매력은 배우로서 그의 성장을 더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배우 이소이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작품에서 각각 황미나 역과 방하영 역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날 작품과 캐릭터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뜨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총 6부작으로 지난 8월 22일 전편 공개됐다.
이소이는 극 중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진선규 분)의 연인이자 그를 이용해 배우가 되고자 하는 황미나 역을 맡았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등장한 그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 내는 캐릭터의 자유분방함과 통통 튀는 매력을 연기하며 '애마'의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연인인 진선규를 유혹할 때는 치명적인 매력을 전하다가도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모습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한 그는 '애마' 속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두 뺨을 발그레 밝히며 취재진을 마주한 이소이는 "생애 첫 인터뷰다. 긴장감이 목 끝까지 찼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수줍음을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도 단어를 다듬고 다듬어 대답하는 그에게서 신중함과 진중함이 묻어났다.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눈빛이 순수하게 빛난 가운데 배우로서 그가 가진 진지한 열정이 뜨겁게 전해졌다.

이소이는 '애마'를 통해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얻은 점에 대해 "몇 장면 안 나오는데 시청자분들이 인상 깊게 봐주셨다고 해서 감사했다"며 "작품에 피해 안 끼치고 1인분의 몫을 잘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황미나 역에 캐스팅됐다. 이 가운데 이소이는 캐릭터에 대한 리포트를 2주 동안 15장 작성해 감독에게 건네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소이는 "오디션을 3차까지 봤다. 주애와 미나 역할을 같이 봤는데 처음에는 미나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주애 역할 위주로 준비했지만 분위기가 미나 쪽으로 기울어서 그때부터는 미나를 열심히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미나가 사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미나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 것 같고 가족 관계나 배우라는 꿈을 선택한 계기 등 인물 분석과 미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인물이 한 선택에 대한 이유와 감정 등을 담은 리포트 15장 분량을 2주 동안 써서 감독님께 드렸어요."
이소이의 열정은 캐릭터의 외면을 설정하는 데서 또 한 번 빛났다. 그는 황미나의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콘셉트를 직접 PPT로 제작해 감독에게 건넸다.
"스타가 되고 싶어 하고 제작자나 감독 눈에 띄어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타일을 화려하게 설정하는 것이 미나랑 어울릴 것 같았어요. 미국 드라마 '가십걸(Gossip Girl)'을 보고 참고하면서 미나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의상과 메이크업을 PPT로 만들어서 감독님에게 드렸어요. 가발을 쓰면서 디테일을 살리려고도 했어요."
그는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에 신경 쓴 것은 물론 3개월간 보컬 학원까지 다녔다. 이소이는 "평소에 소리를 많이 지르는 편이 아니어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면 먼저 발성이 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3개월 정도 보컬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내적인 부분으로는 미나의 서사를 빈틈없이 채우려고 했어요. 스스로 설득이 안 되면 남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척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미나를 연기할 때는 자격지심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어요. 희란에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파티장에서 주애에게 굳이 말을 하는 장면의 미나 행동에는 자격지심이 깔려있다고 생각했어요."
'애마'에서 이소이가 단연 돋보인 장면은 황미나와 최실장(이성욱 분)의 자동차 신이다. 해당 장면에서 그는 최실장에게 몹쓸 짓을 당한 황미나의 수치심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공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극대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담감이 엄청 컸던 장면이었어요.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촬영 시작하고부터는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고 성욱 선배님을 믿기도 했어요. 미나로서인지 저로서인지 모를 정도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몰입감이 컸어요. 선배님이 주시는 호흡대로 순간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애마'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이소이는 '고백의 역사'로도 최근 시청자들과 만났다. 지난 8월 29일 전 세계에 공개된 '고백의 역사'는 1998년, 열아홉 소녀 박세리(신은수 분)가 평생의 콤플렉스인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세우다 전학생 윤석(공명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소이는 박세리의 절친한 친구 방하영 역을 맡았다. 그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무엇 하나에 몰입하는 특징이 있고 혼자 조용하게 분석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라며 "미술에 일가견이 있어서 세리의 명찰을 만들어주고 세리의 고백을 위해 학알을 접는 방법도 친구들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맡은 캐릭터로 학창시절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가 그대로 작품에 담겼다는 것이 이소이의 설명이다. 그는 "함께 촬영하는 배우끼리 우리가 먼저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겁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또래 배우끼리 떠들고 놀고 있었는데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이는 '애마'와 '고백의 역사'는 물론 지난 1월 MBC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로도 시청자들과 만났다. 올해만 세 작품에 출연한 그는 "너무 감사하고 의미 있는 해"라며 "동시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올해가 끝이 아니니까 미래를 생각하면 제가 더 잘해야 하고 더 디테일해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20살 때 연극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연기를 할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연기는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삶의 일부인 것 같고 평생 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빛나는 눈빛으로 연기의 매력을 말한 그는 지난 2022년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한 지 3년이 됐다. 아직 배우의 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그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배우로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수줍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전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안 해본 것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되면 정말 다 해보고 싶어요. 액션도 해보고 싶고 제대로 된 로맨스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재료를 다 연기에 쓸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silkim@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