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외국인" 외친 참정당, 참의원 선거 약진
학계 "日, 외국인 문제 자유롭지 않아"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이 시작된 가운데 후보 대다수가 일본 내 외국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임 원인으로 거론되는 참의원 선거 참패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재 유력 후보이자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평가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22일 정견 발표회에서 주어진 시간의 절반가량을 외국인 문제를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나라현 출신임을 강조하며 외국인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라공원의 사슴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고 이를 기뻐하는 사람이 외국에서 온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옛 전통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나라현 경찰 당국에 따르면 약 1년 전 사슴을 걷어차는 사람에게 주의를 줬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지난해 7월에는 사슴을 폭행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영상이 SNS에서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라현 당국은 "관계 기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슴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폭행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목격자의 진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24일 일본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근거를 묻는 질의에 "나름대로 확인했다. 나라공원의 사슴도 피해를 보고 있고, 도리이(일본 신사 입구의 기둥 문)를 철봉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근거를 제대로 대지 못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많은 일본인 속에서 싹트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어떻게 개선할지 함께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정견 발표회에서 외국인 규제 문제를 거론했다. 상대적으로 개혁파로 분류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외국인 불법취업이나 주민과의 마찰, 치안 악화 등에 의해 주민 불안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있다"며 외국인 문제에 대한 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 또한 외국인 출입국 관리, 부동산 취득 규제 강화 등을 내걸었다.

자민당 총재 후보들이 외국인 규제 정책을 꺼내 든 것은 참정당의 약진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2일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는 외국인 정책이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참정당의 약진을 원인으로 꼽았다. 마이니치신문도 참정당의 부상에 따라 자민당 보수 성향 지지층의 이탈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참정당은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 슬로건 아래 외국인 규제 강화 공약을 내걸었고, 기존 1석에 14석을 추가로 얻어 15석을 차지했다. 반면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참패했다.
일본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도 외국인 규제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신회는 지난 18일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의 상승 억제, 외국인 유입 총량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외국인 정책 관련 제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외국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에 "일본은 (문화적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부분이 있다"며 "실제로 (배타적인) 생각을 가져도 발설하기는 어려운데, 정치인들이 이슈화하면 여론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근 각국에서 팽배해지는 자국 우선주의가 일본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유럽이나 미국의 외국인 혐오에 비하면 일본은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영향에서 완벽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이번 선거에서) 여러 이슈 중 하나로 등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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