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또 한 번 비극이 일어났다. 타워크레인으로 갱폼을 인양하던 근로자가 체결되지 않은 갱폼과 함께 50미터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갱폼 인양 작업은 건설 현장에서 흔히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고위험 작업이다. 이번 사고는 불운이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이며 안전 관리 체계가 무너진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고는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안전을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 기업이 「산업안전보건규칙」 제337조, 즉 ‘갱폼은 반드시 장비에 매단 상태에서만 인양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단순한 현장 관리 소홀을 넘어, 대기업조차 안전보다 공기와 비용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반복 산재 사망에 대한 경제적 처벌 강화, 영업이익 5% 과징금 부과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왜 공론화돼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갱폼 추락은 결코 새로운 사고 유형이 아니다. 2025년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 중 근로자가 갱폼에서 이탈해 48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2024년 1월 경기 파주의 복합건물 공사 현장에서는 갱폼 해체 작업 중 작업자가 갱폼과 함께 60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불과 1년 사이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현장의 안전 시스템 자체에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법과 규정은 이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은 관리감독자의 유해위험 방지 의무(제35조), 중량물 취급 전 사전 조사와 작업계획서 작성(제38조), 고소작업 시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제44조), 갱폼 인양은 반드시 장비에 매단 상태에서만 가능(제337조) 등을 명확히 규정한다.
그러나 최근 사고들은 이러한 기본 조치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리감독자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했고, 작업계획서는 종이에 머물렀으며, 무엇보다 ‘갱폼은 반드시 인양장비에 매단 상태에서만 작업한다’는 원칙이 무시되었다.
갱폼 추락사고는 모두가 알고 있는 위험이다. 그럼에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빠른 공기와 비용 절감 압박 속에서 안전은 늘 뒷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은 이름뿐이고, 위험성평가는 탁상행정에 그치며, 안전 규칙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는 장식물로 전락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제도와 기술적 장치로 비극을 줄이고 있다. 독일은 건설업 산재보험조합 BG BAU 지침에 따라 갱폼 인양 시 전용 인양장치를 반드시 사용하고, 작업자는 구조물 내부에서 안전 발판을 통해 출입하도록 강제한다.
갱폼 고정 철물 해체 역시 크레인에 매단 이후에만 가능하다. 미국 OSHA는 개인추락방지시스템과 수평 생명줄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막대한 벌금과 형사처벌을 부과한다. 싱가포르는 갱폼 인양 시 작업 허가제를 운영하며, 작업자가 갱폼에 탑승한 채 인양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 또한 작업 전후 위험예지훈련을 의무화해 스스로 위험을 확인하고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관리감독자는 이름만 올리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지휘하고 점검하는 책임자가 돼야 한다. 작업계획서는 서류에 머무는 문서가 아니라, 근로자가 이해하고 따르는 살아 있는 지침이 돼야 한다.
고소작업에서는 안전대 부착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고, 모든 근로자가 안전대를 체결해야 한다. 갱폼 인양은 장비에 매단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절대 원칙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 위험성평가 역시 보고서로 끝나는 형식이 아니라, 현장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건설 현장은 언제나 시간과 비용의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안전을 희생한 공정은 결국 더 큰 사고와 손실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생명은 어떤 비용과도 바꿀 수 없다. 올해에만 여러 건의 갱폼 추락사고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뼈아픈 경고다.
이번 사고를 또 하나의 숫자로 흘려보낸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종이 위의 규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켜지는 규칙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같은 사고를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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