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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맥주의 고향' 영등포…가을날 시원한 추억 만드세요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 성황
1933년 맥주공장 기억에서 문화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19일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축제'에서 맥주 점등식을 진행하고 있다. /영등포구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19일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축제'에서 맥주 점등식을 진행하고 있다. /영등포구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굵은 가을비도 막지 못했다.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가 열린 19일 오후, 영등포공원엔 우산을 쓴 시민들로 북적였다. 땅은 젖었지만 축제 분위기는 오히려 더 뜨거웠다. 비를 뚫고 온 시민들은 천막 아래서 잔을 부딪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축제를 즐겼다.

대한민국 최초의 맥주 공장이 세워졌던 이곳, 영등포공원에서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가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개최된다. 축제 첫날, 비가 오는 날씨에도 20대 청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구민들이 현장을 찾았다.

'제1회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는 대한민국 맥주 산업의 출발점이자, 오랜 시간 잊혀졌던 영등포의 산업유산을 문화로 되살리기 위한 시도다. 1933년, 지금의 영등포공원 자리에는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현 OB맥주)의 공장이 있었다. 한강과 도림천의 풍부한 수자원, 교통 요지, 평탄한 지형 덕분에 영등포는 국내 맥주 산업의 본고장이 됐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오늘 정말 행복한 저녁"이라며 "대한민국 맥주가 시작된 곳, 바로 이 영등포에서 원조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이틀 동안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이는 영등포 구민의 자부심"이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영등포구민들이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영등포구
영등포구민들이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영등포구

◆가을비도 못 막은 '영등포 맥주 르네상스'…외국인도, 청년도 한마음

개막식 무대에선 최 구청장이 직접 맥주잔 조형물에 불을 밝히며 '맥주 점등식'을 진행했다.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맥주의 고향, 영등포"를 외치며 축제의 문이 열렸다.

이날 OB맥주는 무료 시음 부스를 운영했고, 전국 12개 브루어리에서 온 70여 종의 수제맥주가 다양한 맛과 향으로 축제장을 가득 채웠다. 지역 내 양조장은 물론, 부산, 광주, 강릉 등지에서 올라온 브루어리 대표들이 직접 맥주를 따르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영등포 토박이 김기환(25) 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왔다. 이런 축제가 있다는 게 너무 반갑고, 앞으로 규모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철(60대) 씨는 "옆 동네 사는데 현수막 보고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러 왔다. 비가 와서 아쉽지만, 내일은 가족들이랑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온 데이브와 영국인 폴은 "비가 와도 천막 덕분에 쾌적하다. 미국에도 이런 축제가 있지만 여긴 치안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에서는 70여 종의 개성 있는 맥주를 경험할 수 있으며, 푸드트럭에서는 맥주와 어울리는 30여 종의 다채로운 먹거리를 제공한다. /정소양 기자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에서는 70여 종의 개성 있는 맥주를 경험할 수 있으며, 푸드트럭에서는 맥주와 어울리는 30여 종의 다채로운 먹거리를 제공한다. /정소양 기자

비 오는 날씨 속에서도 축제는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열기를 더했다.

'러닝크루 챌린지'에 참여한 시민들은 2km 이상 달리고 SNS에 인증한 뒤, 현장에서 '카스 제로' 2캔을 받았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나만의 수제맥주 만들기' 체험존과 병뚜껑 던지기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푸드트럭 존과 플리마켓에는 먹거리뿐 아니라 수공예품, 친환경 제품 등 지역 상인의 정성이 담긴 상품들이 가득했고,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저녁 무대에는 밴드 크라잉넛을 비롯한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도 이어져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최호권 구청장은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품은 역사적 자산"이라며 "영등포 원조 맥주 축제가 지역 문화의 새로운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이날은 가수 김수찬, 김양의 무대, 구민 노래자랑 결승전, DJ EDM 파티 등이 예정되어 있어 주말 밤까지 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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