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ETF, 상품 담긴 방법론 살펴봐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23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 시장에서 ETF는 장기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투자자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테마와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에서 ETF 전략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과 전략, 그리고 향후 전망을 담았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8년 만에 ETF 브랜드명을 'RISE'로 교체하며, 개인투자자들의 건강한 연금 투자 지원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109개였던 ETF 종목 수는 9월 3일 기준 127개로 늘었다.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상품 수가 적은 편이 낫지만, 투자자 선택지를 확대한다는 철학 아래 '다가오는 내일, 떠오르는 투자(Rise Tomorrow)'라는 슬로건을 지켜내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이 있다. 19년째 자산운용업에 몸담고 있는 그는 리브랜딩 당시 운용실장으로 합류해 올해 초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사업부 전체를 이끌고 있다.
<더팩트>는 노 본부장과 만나 ETF 시장의 변화를 짚고, 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 '습관'에 주목했다. 노 본부장은 "꾸준한 투자 습관만 들인다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상품이 바로 ETF"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과 일문일답.
-ETF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자들의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대통령도 ETF를 매수하고, 대중들 사이에서도 투자 이야기에 ETF가 빠지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로서 뿌듯하다.
다만 실무자 관점에서 ETF는 비히클(투자 수단)이다. 담고 있는 자산이 고변동성 주식이거나 커머디티(금·원자재·농산물 등) 위주라면 입문자용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자산을 담느냐에 따라 ETF는 언제든지 형태를 바꿔 투자자에게 매우 편리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ETF 시장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이미 AI ETF들이 쏟아져 있지만 여전히 연구와 발전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분배금 중심의 캐시플로우(현금 흐름)다. ETF라는 비히클이 연금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보니까 분배금·배당이 많은 상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좋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같은 테마라면 명백하다. 예컨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운용보수가 적거나 상품의 유동성이 풍부한지를 살펴보면 된다.
테마가 다르면 기준도 다르다. 각 운용사가 해당 ETF를 출시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론을 썼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어떤 종목에 집중해 테마 전체를 바라보는 경향이 짙지만, 그 종목이 아무리 대장주라고 해도 잘못될 수 있고 기업들은 매일 많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ETF가 담고 있는 지수가 망하지 않거나 꾸준하게 좋은 종목들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론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AI를 예로 들면 우선 밸류체인을 공부한 뒤 소프트웨어·라인·하드웨어로 나눠 각 분야의 우량 종목을 뽑아내는 방법론이 담긴 ETF를 선택해야 한다. 같은 테마라도 방법론의 차이가 투자 성과를 좌우한다.

-'RISE' 출범 1년이 됐다. 자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가고 있나?
투자자가 마음 편히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직관성을 중시한다. 리브랜딩 후 상장한 상품들을 보면 굉장히 단순하다. 커버드콜, 타겟 프리미엄 등 트렌드나 수익률, 분배금 등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상품을 설명할 때 이러한 수치를 고정해서 말씀드린다.
최근 상장한 'RISE 고정테크100' 시리즈는 테슬라·팔란티어·엔비디아를 각각 25%씩 고정하고, 나머지 75%를 99개 테크주로 구성했다. 만약 투자자가 엔비디아를 보고 있다면 이 상품을 사면 된다.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이 상품을 더 쉽게 이해하고, 상품이 가진 방법론을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떠오른다. ETF를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조직 운영 노하우는?
아이디어가 정리된 상태라면 상장까지 2개월 반~3개월이 걸린다. 다만 시장 트렌드와 이를 투자자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ETF 이름 하나 짓는 데도 전사적으로 고민하며 시장 참여자나 커뮤니티 반응까지 확인한다.
조직 운영은 '대화'다. 개개인의 잠재력과 가치가 무한하다고 믿고 있어서다. ETF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닌가. 지시한 일만 하기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깨닫고 자기 스타일대로 일할 때 흥이 나고 재미가 있다. 개인 고유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돼야겠다고 늘 다짐한다. 조직원들에게는 나랑 같이 일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본인에게 ETF란?
행운이다. ETF를 알고 ETF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운이 따르고 삶도 풀렸다. 전 직장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할 때 해외 쪽 바스켓 업무에 배정됐는데 ETF를 해야 할 것 같아 이직을 선택했다. 현재 나라는 사람의 삶과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축이 됐다.
ETF는 궁극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습관적으로 투자한다면 ETF는 반드시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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