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연예
[TF인터뷰] 박정민, 두 개의 '얼굴'로 얻은 것
젊은 시절의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 役 맡아 열연
"주도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재밌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박정민은 초저예산이 투입된 영화에서 노개런티로 힘을 보탰고 한 인물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을 동시에 연기하며 작품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됐다.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형태의 제작 방식을 만나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한 그는 작품 안팎으로 주연 배우의 책임을 다하면서 한 편의 영화에서 두 개의 '얼굴'을 성공적으로 꺼냈다.

박정민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작은 영화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1일 스크린에 걸린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박정민·권해효 분)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부산행' '반도' '계시록'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박정민(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면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정민(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면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초기작 '사이비'의 대본 작업 이후 곧바로 구상한 것으로, 만화를 집필할 때부터 영화화를 꿈꿨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를 알고 있었던 박정민은 전화 한 통에 바로 출연을 결심하면서 영화 '염력'(2018)과 넷플릭스 '지옥' 이후 '얼굴'로 연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감독님의 애니메이션을 되게 좋아해요. '염력' 무대인사 때 책을 주셨는데 제가 좋아했던 연 감독님의 만화를 보는 느낌이었고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표현하는 그로테스크한 일그러진 표정과 과한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여지없이 들어가 있어서 좋았어요. 원작을 알고 있었으니까 대본을 보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했죠."

박정민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면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특히 그는 가발과 백탁 특수 렌즈를 착용하고 여러 영상을 보면서 지팡이를 쓰는 방식 등 시각장애인의 기본적인 움직임과 속도를 연구한 데 이어 촉박한 프로덕션 기간에도 직접 도장 제작 기술을 배우며 젊은 임영규가 됐다.

이와 함께 인물의 뒤틀린 내면과 수치스러운 감정을 잘 표현하는 데 몰두했다고. 박정민은 "그 시대에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더 좋지 않았을 거고 차별도 심했을 것"이라며 "임영규가 살아남기 위해서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더 웃으면서 자기 안에 들끓는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웃음을 많이 이용해 인물을 더 약해 보이게 하려고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과거 장면을 찍고 나서 '어? 이 표정은 되게 만화적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평소에 잘 짓지 않는 표정이라던가 저조차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의도치 않은 얼굴이 나온 건 제가 신나서 연기했다는 것의 증명이죠. 그러다 보니 모니터링할 때 재밌었어요. 빠르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고 배우로서 주도적으로 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박정민은
박정민은 "현장에 나갈 때 저에게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집중도가 생긴 채로 들어갔던 것 같다. 웬만하면 2 테이크 안에 끝내야 되니까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회상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상호 감독은 오랜 영화 동료 20여 명과 함께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차 촬영만으로 '얼굴'을 완성했다. 2억 원의 초저예산과 소수정예로 꾸려진 스태프들, 기존 장편 영화의 4분의 1에 불과한 촬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프로덕션을 완성해 내며 한국 영화계의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긴 것. 여기에 박정민은 노개런티로 영화에 힘을 보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캐스팅되고 출연료를 주실 거라고 했는데 회식에 쓰시라고 했어요. 물론 큰돈이지만 이를 생각하고 촬영한 게 아니라서 러닝개런티도 정확하게 어느 정도 받는지 몰라요(웃음). 제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연상호 감독님이 진짜 잘할 것 같았어요. 이를 함께 만들면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또 연기적으로 자유롭게 열어주시니까 매력적인 게 많죠."

일반적인 경우 하루 동안 1~2분의 분량을 찍지만, '얼굴'은 하루에 8~9분의 분량을 찍어야 했다. 이렇게 생소한 제작 환경에서 연기를 한 소감은 어땠을까.

"현장에 나갈 때 저에게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집중도가 생긴 채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웬만하면 2 테이크 안에 끝내야 되니까 집중력이 높아졌죠. 그동안 감독님과 캐릭터에 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회의하면서 촬영했어요."

박정민은
박정민은 "비교적 많은 분께서 소문을 듣고 오셔서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날 작품 개봉을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였으나 사실 박정민은 촬영장을 떠나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배우로서의 활동을 잠시 멈추고 독립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 '열일'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 그는 "쉼이 연기에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과 촬영장이 제일 좋다는 걸 깨달았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약 1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후 박정민은 오는 12월 개막하는 한국 초연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파이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된 그는 "솔직히 무대가 너무 무서워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유튜브로 공연 실황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며 "함께 하는 박강현에게 배울 점도 있을 것 같았고 황정민 형도 하라고 하셨다. 여러모로 해보고 싶은 이유가 많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렇게 작품을 준비한 과정부터 출판사 대표로서의 느낀 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언급한 박정민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영화를 신경 쓰기보다 저희가 갖고 있는 고유의 파이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천만 관객이 들 영화는 아니지만 비교적 많은 분께서 소문을 듣고 보셔서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배우이자 관객으로서 '얼굴'이 가진 힘을 자신하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원작을 처음 봤을 때 정영희는 응당 괴물처럼 생겼을 거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에 나온 사진을 보고 제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 마지막 장면을 찍으면서 어떠한 편견이나 불편한 정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회 때문에 한 사람이 무너져 내렸다는 게 비참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를 관객으로서 보면서 임동환의 눈물이 임영규의 눈물처럼 느껴져서 1인 2역을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관객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팬앤스타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13개  보러가기 >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