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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는 순식간에…지하철 화재 안전성은 합격점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내장재 방염 성능 점검
실제 운행 조건서 시연, 화재 대응체계 재정비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이 열린 가운데 불이 난 전동차 객실이 검게 그을려 있다. /박헌우 기자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이 열린 가운데 불이 난 전동차 객실이 검게 그을려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점화된 지 불과 1초 만에 불길이 객차 내부를 집어삼켰고, 3~4초 만에 검은 연기가 양 옆 차량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실험을 관찰하던 모니터 화면은 곧 연기로 가득 차, 객실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서울교통공사는 4일 오후 2시 30분 지축차량기지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함께 지하철 객실 내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화재 시연을 실시했다. 이번 시연은 지난 5월 3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차량 내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계기로, 전동차 내장재의 실제 방염 성능과 화재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함께 합동 시연을 진행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해 객실 내외를 꼼꼼히 살폈다.

시연에 앞서 진행된 첫 단계 실험에서는 실제 전동차에 사용되는 내장 설비품 6종을 고정 설치해 화염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화재 안전성을 검증했다. 이들 설비는 모두 불연 또는 난연 성능이 있는 자재로 제작됐다.

먼저 차량 내 벽면을 이루는 내장판은 알루미늄(AL) 소재에 세라믹 도장을 입힌 불연재로, 고온의 화염에도 구조적 손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객실 의자는 폴리카보네이트(PC)로 제작된 난연재로, 점화와 동시에 열에 노출됐지만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차량 간 통로를 연결하는 연결막은 합성고무와 아라미드 섬유가 혼합된 복합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이 역시 난연 성능을 입증했다.

바닥재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배합한 난연재였고, 화염이 닿은 부분에서도 녹거나 타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단열재는 유리섬유(글라스울) 기반의 불연재로, 고온 환경에서도 연기 발생 없이 제 기능을 유지했다.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방 관계자가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방 관계자가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두 번째 단계는 실제 전동차 객실 방화 상황 재현이다. 실험에는 폐차 예정인 5호선 420편성 차량이 활용됐다.

객실 내에 소방관이 인화물질 2리터를 살포한 후 점화를 하자, 불길은 단 1초도 안 돼 전동차 내부로 번졌고, 10초가 지나자 전동차 외부로도 짙은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더 긴박했다. 연기는 5호차를 기준으로 양 옆 차량으로 3~4초 만에 확산됐고, 차내 모니터 화면조차 연기로 가려질 정도로 빠르게 번졌다.

이와 동시에 실제 열차 운행 상황을 가정해 관제센터 방송과 승무원 대피 안내, 연기 배출용 환기 장치 작동이 즉시 이뤄졌다.

불은 약 10여 초 만에 대부분 잦아들었고, 점화 장치에 붙은 플라스틱 커버의 잔불만이 남았다. 이후 전동차 출입문을 개방한 소방관이 들어가 잔불까지 완전히 진화, 전체 시연은 약 9분 만에 종료됐다.

◆의자는 멀쩡…연기·그을림만 남았다

시연 종료 후 직접 전동차 내부에 들어가보니 매캐한 냄새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불길이 번진 흔적은 제한적이었다.

천장, 손잡이, 창문 일부는 그을림과 변색이 있었고, 의자 및 주요 구조물은 불에 타거나 녹는 현상 없이 온전했다. 바닥에는 재가 살짝 쌓여 있었지만, 화재에 따른 구조적 손상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불연·난연 재질로 설계된 차량 내장재의 성능이 실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에 참석해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5호선 전동차 방화 관련 화재시연'에 참석해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시연 결과를 바탕으로 △전동차 설비 재점검 △역사·터널 내 화재 대응 매뉴얼 개정 △소방청과의 합동 대응체계 강화 등의 종합 안전대책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지난 7월 서울소방과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라, 화재 예방 관련 공동 연구와 시연 준비를 함께해왔으며, 8월에는 사전 모의 실험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화재 시연으로 위험 사각지대에 있던 문제들을 발굴해 대피 매뉴얼, 운영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라며,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만큼 서울시는 시민 안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번 시연에 대해 "첫째, 불연 및 난연 소재의 화재 안전 성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시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동차 설비 개선에 피드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5월 여의나루 역 출발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와 최근 휴대용 배터리 발화, 그리고 합정역 오토바이 배터리 화재 등 실제 사건을 통해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며 "이에 공사 차원에서 배터리 반입 제한과 배터리 화재 진화를 위한 특수 소화기 비치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직원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협력해 실제 상황과 유사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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