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이 악의적으로 사실 왜곡해 인위적으로 만든 의혹"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2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 연루 정황'을 추가로 제시하며,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전날 같은 취지의 영풍 입장문에 고려아연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을 곧바로 재반박한 것이다.
영풍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이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핵심 자금의 출처이자 실질적 자금줄이었다는 정황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라며 "하바나 제1호에 투입한 자금 50%가량을 출자한 지 두 달도 안 돼 환급받고, 설립 18개월만에 펀드의 자산을 현물분배 받으면서 조기 청산했다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바나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하바나 1호)의 급조된 설립 구조와 5년 존속 펀드의 이례적인 조기 청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환급받은 현금 및 SM엔터테인먼트 주식 현물 분배 내역이 시세조종에 동원된 자금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바나1호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2022년 9월 설립한 사모펀드다.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한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의 중심 자금통로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펀드다.
2023년 2월 10일 하이브의 SM엔터에 대한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이 지창배 대표에게 "SM주식을 1000억원어치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후, 불과 1영업일 후 하바나1호의 정관이 개정됐으며, 바로 그다음 날 고려아연은 하바나1호에 998억원을 출자했다.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99.82%에 달하는 사실상 고려아연 자금으로 만들어진 펀드이고, 이 펀드 자금이 2월 16일과 17일에 걸쳐 SM엔터 주식 장내매집에 사용됐다.
영풍은 이후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2023년 4월 11일 투자된 금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520억원을 하바나1호로부터 현금으로 분배받고, 같은 해 12월 21일 하바나1호는 SM엔터 주식 44만640주(약 400억원 상당)를 고려아연에 현물배당한다. 고려아연은 시세조종에 사용된 핵심 자금 절반을 회수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 SM엔터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펀드는 이후 급히 해산 수순을 밟는다. 2024년 1월 8일 해산 결의를 거쳐, 3월 25일 청산이 완료됐다.
이 모든 과정은 SM엔터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점과 절묘하게 맞물린다는 게 영풍 주장이다. 시세조종 구조가 드러나기 전에 펀드를 청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례적이고, 묘한 상황이 연달아 펼쳐졌다는 것이다.
영풍은 "펀드 만기 전 청산은 출자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 같은 이례적인 배분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최윤범 회장과 지창배 대표 간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SM엔터 주가와 관련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간접적으로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라며 영풍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당사는 국가기간산업을 넘어 한미 양국 공급망 협력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기업의 정상적 투자활동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하여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금이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에 사용됐고, 논란이 일고 구설수에 오르자 바로 자금 회수가 이뤄졌으며 펀드는 조기 청산했다"라며 "최종 결정권자인 최 회장이 그 흐름을 알고도 승인했는지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정관 개정 → 자금 투입 → 주식 매집 → 현금 분배 → 현물 배당 → 펀드 조기 청산'이라는 일련의 구조를 보면, 고려아연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구조 안에서 자금을 제공하고, 회수하고, 주식을 보유한 일련의 흐름을 함께 만든 핵심 당사자라는 주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SM엔터 주식 44만640주는 이 모든 구조의 결과물이며, 그 자체가 SM 주가조작 자금줄이 누구였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라며 "이것이야말로 SM엔터 시세조종 구조에 고려아연이 관여했다는 명백한 정황이기에 최 회장에 대한 수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인위적으로 의혹을 만들어내는데 급급하고 있다"라며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 야욕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구설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반해 또 다시 여론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도성이 다분한 행태다. 고려아연은 SM엔터 주가와 관련해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접·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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