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배터리 분야 개척 정중동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배터리 분야에서 잰걸음을 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이알 지분 8.2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알과 지분 투자에 관한 투자계약서(SSA)를 체결했다. 이알은 폐리튬 이온배터리를 저온 진공시스템으로 처리하는 기술과 설비 특허를 갖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다. 2013년부터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 수명 종료 시점이 2030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자원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달 "폐배터리 재자원화는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고, 신성장 동력 확보와 자원 안보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제도적 지원으로 생태계 내실을 다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사용후 배터리 수거를 위해 전용 회수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회수 용기는 여러 층에 배터리를 담아 운송할 수 있게 제작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도 얻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알 지분 투자와 관련해 "기존 물류·해운·유통 사업영역을 견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등 신사업 확장에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라며 "회수부터 전처리까지 단일화된 시스템으로 본격적인 사업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7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이알 지분 8.21%를 취득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액은 기초와 기말 모두 70억원으로 동일하나, 공정가치 하락으로 손익계산서에는 47억원 손실이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본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기차 분야를 선도하는 상황에서,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도 힘을 싣기 때문이다. 배터리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 핵심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와 AI(인공지능) 융합"이라며 "마력에서 프로세싱 파워로 모빌리티 전환이 이뤄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을 공개하며 '미래'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21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며 현대제철 전기로 일관제철소 설립과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현지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올해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정 회장이 공개한 210억달러 규모에서 50억달러가 늘었다. 추가 투자 계획에는 현지에 3만대 규모 로봇 공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고려해 지분 투자 등을 진행했다"라며 "(전기차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여러 준비를 하는 등 (사용후 배터리 분야에서) 정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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