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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李 대통령 실명 비난…북미 대화 '개입 차단' 포석도
정부 관계 개선 조치에 "망상이고 개꿈"
'韓 외교 개입 차단'…김정은 구상 언급
美에 한국 패싱 유도하고 비핵화 뭉개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세 번째 비난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세 번째 비난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북미 대화 재개 시 우리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관계 개선 조치를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외교 무대에 한국 역할은 없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상도 거론했다.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서 한국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재명은 역사 바꿀 위인 아냐, 기만적 유화공세"…세 번째 비난

20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부장이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 협의회에서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공세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국가수반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 포치(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입'으로 통하는 김 부부장의 메시지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14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측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 적대행위 불추진 등 3대 대북 정책을 하나씩 읊고 "마치 한국의 대조선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는 듯한 흉내를 내고 있다"며 깎아내렸다.

또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그 구상에 대해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차례로 힐난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 왔다"며 "리재명(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실명을 직접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유화책의 병행은 '기만적 유화공세'라고 규정했다. 또 지난 18일부터 진행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규모가 일부 조정됐음에도 "침략전쟁연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한미 양국이 지난해 마련한 새로운 연합작전계획(작계 5022)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김 부부장은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 뉴시스

◆韓 외교적 개입 차단 지시…美에 한국 패싱 유도하나

특히 김 부부장은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도 전했다. 이어 "한국에는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어떠한 외교적 개입 시도도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수반의 결론에 입각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중한 대응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며 일종의 외교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수반은 김 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북한의 주변국 외교에 한국의 영향력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구상은 '비핵화 없는' 북미 대화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화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패싱을 유도하고 비핵화 의제까지 뭉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비핵화를 전제로 만날 수는 없지만 '다른 주제'에 대해선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 당국자도 관심을 드러내면서 향후 북미 대화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보유를 전제한 핵 군축 협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한미 간에 견해와 의견이 일치돼 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통령실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며 인내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에 기회 노린 것"…대통령실은 '인내' 의지 밝혀

북한의 이번 메시지가 25일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 정책 전반에 걸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일치된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이 현실적으로 기대하는 대목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연합훈련 또는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비용 때문에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이고, 논의될 '동맹 현대화'도 대규모 훈련을 원치 않는 것이기에 북한도 일종의 기회를 고려해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인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통일부도 이날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대북·통일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앞으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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