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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지옥"…협박에도 지켜야 했던 약속 '나는 생존자다'(종합)
'나는 신이다' 후속 '나는 생존자다', 15일 4시 공개
JMS 고발 후, 형제복지원·삼풍백화점 사건 등 다뤄


넷플릭스 새 다큐 '나는 생존자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다큐 '나는 생존자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제작한 것이 아니다.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가올 세상과 참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협박과 고소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 세계에 공개하고자 했던 이유가 담긴 '나는 생존자다'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출자 조성현 PD가 참석해 프로그램과 관련된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생존자다​'는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네 개의 참혹한 사건, 그리고 반복돼서는 안 될 그날의 이야기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조성현 PD와 제작진이 2년 간의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 속 누구도 몰랐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조 PD는 시즌2의 이름을 먼저 생각한 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는 "'나는 생존자다'에서 메이플이란 친구가 겪는 이후의 상황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 굳어졌다. JMS의 피해자가 세뇌된 상태에서 빠져나와 맞서고 그 싸움에서 승리한 대단한 사림인데, 인터넷에서는 다른 반응들이 많았다"며 "특히 마음이 아팠던 것은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그런 일을 당하느냐'는 반응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는 "저희를 위해 증언해 준 많은 분들은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소중한 분들이고 존중받아 마땅한 분들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나는 생존자다'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나는 생존자다'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네 가지 사건을 다룬다. 먼저 지난 시즌1 당시 충격을 안겼던 JMS(기독교복음선교회)와 교주 정명성의 그 이후 이야기를 담는다. 또한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부산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절규, 부유층에 대한 증오로 살인공장까지 지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사건, 부실 공사와 비리 그리고 감독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조명하며 강한 경종을 울릴 예정이다.

네 가지의 에피소드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 조 PD는 "대한민국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할 참사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또 생존자가 남아있는 사건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생존자를 만난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12년 전 취재했던 형제복지원 사건이었다. 다시 한번 그들을 봤을 때 전혀 다른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피해와 고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여전히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고 지옥은 끝나지 않았구나를 느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조 PD는 "가장 신경 썼던 것은 그간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분을 카메라 앞에 나서게 하는 것이었다"며 "섭외하는 데 1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들을 설득하는 힘든 과정을 거쳤는데 모두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사건 현장 구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감히 말씀드리지만 4개의 지옥을 구현했다"며 "형제 복지원은 그 당시 있던 설계도와 사진을 확인해 인터뷰 세트를 짓기도 했다. 그분들이 생존해 냈던 환경을 구현해 보는 순간 느낄 수 있게 했다. 여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지옥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새 다큐 '나는 생존자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다큐 '나는 생존자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다만 이 과정에서 선정적 논란의 우려도 뒤따랐다. 실제로 앞서 공개됐던 '나는 신이다'다 성적인 묘사를 적나라하게 담으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조 PD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방송 심의 규정을 언급하며 '적절한 수위를 지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일례로 메이플의 경우 우리 방송에 앞서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호소했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면 피해자의 이야기를 점잖게 깎아내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때문에 난 많은 분들이 보시긴 힘들겠지만,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자 생존자들과의 약속이었다"고 전했다.

공을 들여 준비한 프로그램은 공개 직전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최근 JMS 측이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이와 관련해 조 PD는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15일 오후 4시에 공개 못 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송뿐만 아니다. 조 PD는 이미 시즌1 이후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협박과 고소를 당했다. 이에 현재 조 PD는 경찰소에 가족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라고. 그럼에도 시즌2를 우직하게 이어간 이유는 '생존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도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지난 1년 동안 제 이름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찾아보니 6건이더라. 한 번은 아들이 '아빠 감옥 가?'라고 묻더라. 마음이 무너지듯 아팠지만 버텨야겠단 생각을 했다. 저희를 믿고 카메라 앞에 서준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생존자다'가 오는 15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생존자다'가 오는 15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은 내레이션 대신 생존자들의 실제 증언으로만 채워질 예정이다. 조 PD는 "내레이션 없이 증언으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채워 넣으며 다양한 시각을 매우 긴 시간에 걸쳐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힘들게 만든 만큼 그 정도의 가치가 있던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런 그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가 있을까. 조 PD는 "지금까지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선입견을 넘어서는 게 목표이자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완벽히 알고 있다고 여긴 사건들의 또 다른 진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조 PD는 "네 가지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존재 가치를 하찮게 여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집중해 달라. 한편으로는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이 시리즈가 끝났을 때 무엇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거를 기록하는 다큐가 아닌 다가올 세상과 참사에 대한 경고를 던질 '나는 생존자다'는 오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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